이치로 스즈키가 굴욕적인 조건을 모두 수용하면서도 적극 뉴욕 양키스 행을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브라이언 캐쉬먼 양키스 단장에 따르면 이치로는 벤치멤버로 전락할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양키스 행을 원했다고 ESPN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은 '이치로를 원한 양키스보다는 양키스를 원한 이치로의 간절함이 훨씬 컸다'라고 표현하며 트레이드의 전말을 공개했다.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캐쉬먼 단장은 양키스로 오길 바라는 이치로에게 3가지 조건을 먼저 받아들여야만 가능하다는 걸 거래 전에 못 박았다.
시애틀에서 이기적이고 고집이 센 것으로 알려진 그의 기를 꺾어놓고 시작하겠다는 의사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첫째 이치로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주로 맡던 1번이나 3번타자가 아닌 8,9번타순에 배치되는데 동의했다.
둘째 우익수 포지션을 버리고 좌익수로 이동하는 걸 받아들였고 마지막은 때로 좌완투수가 선발로 나왔을 때 벤치에 앉는 것이다.
즉 좌익수 포지션에서 오른손타자인 앤드루 존스와 플래툰시스템을 허락한 대목이다.
어느덧 나이가 불혹을 향해 가고 기량도 예전만 못해 타순이나 포지션의 이동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최악의 경우 벤치멤버로 강등될 수 있는 조건을 받아들인 건 그동안의 이치로를 본다면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이치로는 자존심이 센 선수다. 그로 인해 시애틀은 추신수라는 거물급 타자를 잃어야 했다. 우익수에 적합한 추신수를 위해 중견수로 이동해 줄 것을 구단에서 요청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랬던 그가 포지션 이동은 물론이고 벤치워머로의 강등을 수락했다. 가장 큰 배경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야구 커리어에서 반드시 한번쯤은 우승의 영광을 누려보고 싶은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
월드시리즈(WS) 우승반지를 위해서 모든 자존심을 벗어던진 이치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