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담배회사들의 주가가 날로 강화하는 규제들과 경기침체 속에서도 승승장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S&P캐피탈IQ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미국 내 3대 담배회사인 알트리아 그룹, 레이놀즈 아메리칸, 로릴라드는 각각 23.98%, 11.63%, 22.4%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는 1.32% 하락하는데 그쳤다. 담배를 제외한 다른 소비재 업종은 0.85% 내렸다. 미국 내 흡연자가 계속 줄어들고, 각종 규제로 인해 홍보활동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투자자들이 몰린 것.
알트리아 그룹은 '말보로' 브랜드로 유명한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레이놀즈아메리칸은 낙타가 그려진 '캐멀' 담배로 유명한 미국 2위의 담배회사고, 로릴라드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담배회사로 '켄트' 브랜드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이들 회사가 오는 24일부터 있을 미국 내 2분기 실적발표에서도 다른 업종보다 주당순이익(EPS)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일본 최대의 담배회사인 JT도 같은 기간 주가가 24.71% 상승했다. 이 기간에 닛케이 평균은 10.30% 하락했다.
영국의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도 최근 6개월간 영국 FTSE100지수가 4.38% 내리는 사이, 주가가 11.94%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들 담배회사에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꼽았다. 담배회사는 다른 첨단산업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연구개발(R&D)에 들어가는 자본이 적은 만큼, 높은 배당금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
시장조사업체 팩트셋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알트리아 그룹과 레이놀즈 아메리칸, 로릴라드는 전체 순익의 90%를 배당금으로 내놨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순익 대비 평균 배당 비율이 28%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의 배당률은 3배가 넘는다.
특히 이들 회사의 지난해 평균 배당수익률은 4.7%를 기록했다. 이는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보다 세배 이상 높은 수익률이다. 웰스파고의 보니 허저그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담배회사 주식은 최근 3년간 배당수익률이 6%를 넘었다"며 "이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BAT도 전체 순익의 79.1%를 투자자에게 돌려줬다. JT 역시 일본 상장사들의 40% 이상이 불황으로 인해 주주 배당을 줄이는 가운데 배당률을 45.5%로 올렸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담배회사들이 담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피해, 자구책을 마련한 것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은 원인으로 꼽혔다. 이들 회사는 사업 다각화나 해외 공략 등을 통해 흡연자 감소나 규제 강화 등에서 오는 주가 하락 위험을 회피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알트리아 그룹의 필립모리스는 향후 몇 년간 아시아 시장 매출이 10~12%씩 오를 전망이다. 필립모리스는 지난 2005년부터 인도네시아 최대의 담배회사를 520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필리핀에 8000만달러를 투자해 담배 창고를 세웠다. 집중적인 투자로 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높여, 미국 시장 축소에서 오는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JT는 기능성 음료수 등 식품·의약품 분야에 진출했다. 이 분야의 매출 비중은 벌써 전체의 23%까지 올라왔다. JT는 이런 방식으로 담배 매출 의존도를 31%로 줄였다.
레이놀즈 아메리칸은 심지어 금연 보조제 분야에도 손을 뻗쳤다. 담배를 만드는 회사가 니코틴 껌, 니코틴 패치 등 담배 대용품까지 생산하게 된 것. 레이놀즈 아메리칸은 금연 보조용품을 연구해 담배의 유해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담배회사의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가디언은 씨티그룹 관계자를 인용해 "담배나 술과 관련한 주식은 경기불황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이라며 "대다수 선진국에서 금연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2050년이면 흡연자가 사라질 전망이고, 신흥국에서도 2060년이면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도 전문가를 인용해 "흡연 규제가 강화되면서 담배회사들의 실적이 악화하면 고배당을 지속하지 못할 수 있다"며 "내년부터 미국 내 배당 수익에 대한 세율이 높아지면 담배회사 주식의 인기가 꺾일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