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문제로 골치를 앓는다는 점에서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출범하기 전에 핵무기를 보유했던 5개국(미·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중 하나인 만큼 재처리에 아무 제약이 없다.

하지만 1977년부터 미 연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재처리를 금지했다. 김태우 통일연구원장은 "다른 나라들에 재처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명분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요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한 다른 국가와의 형평성 문제와 함께 미국의‘비핵화(非核化)’세계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지난 3월 27일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본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미국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3000t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700t)의 약 5배 수준이다. 이를 보관할 방법을 찾느라 20여년을 고민하던 미국은 2002년 부시 행정부 때 네바다주 유카마운틴 지역에 7만t 규모의 지하 저장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주민과 지역 출신 상원 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작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투서사건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기도 했다.

미국뿐 아니라 사용후핵연료를 지하에 영원히 묻는 '영구 처분'은 지금까지 실현된 적이 없다. 따라서 재처리 능력을 가진 극소수 국가를 제외하면 원전을 돌리는 전 세계 30개국 대부분이 사용후핵연료가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에 쌓여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가 전 세계적으로 27만t에 달한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원전 임시 저장시설이 이르면 2016년부터 포화상태가 되는 한국이 당장은 가장 다급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