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스페인에 대한 불안심리가 정점에 이르면서, 스페인 경제를 악순환의 고리로 몰아넣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7.57%까지 상승해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일 스페인 동부의 발렌시아가 중앙정부에 공적자금을 요청한 데 이어 경제규모가 포르투갈에 맞먹는 카탈로니아를 비롯, 17곳의 자치구가 중앙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가 줄줄이 난관에 직면하면서 결국 스페인 정부가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졌다. 유럽 최대 청산소인 LCH클리어넷은 이날 위험 증가를 이유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보유자가 부담해야 할 증거금을 높여 잡기도 했다. 이 조치로 불안심리는 더욱 가중됐다.

스페인 단기 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은 더 우려스럽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78% 포인트 오른 6.54%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상승폭이 1% 포인트에 이르기까지도 했다. 이같은 일중 변동폭은 유럽 재정위기가 크게 부각됐던 2010년 초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채시장에서는 단기물과 장기물의 금리차가 크지 않을 때 위험이 더 크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했다.

최근 스페인 국채 금리가 7%에서 오르락내리락 할 때 큰 혼란이 없었던 것도 단기물 금리가 낮았던 데서 비롯됐다. 단기로 자금을 빌려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과거 국채 금리가 7%를 넘으면 위험선상에 올랐다고 받아들여진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제 단기물 금리까지 휘청대면서 불안심리도 증폭된 것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스페인에서 속속 등을 돌리면서, 스페인 경제는 불안감이 더 큰 어려움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그러나 해결책은 커녕 풀어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는 게 문제다. JP모간은 "올해 스페인에 필요한 추가 자금은 200억~25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를 위해 360억유로를 더 조달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지방정부의 채무 상환에 300억~360억유로가 필요하다는 추산도 나온다.

성장을 포기하며 실시한 긴축정책은 뚜렷한 효과가 없다. 스페인 경제는 2014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스페인 재정적자 규모가 636억달러 수준으로, 세금인상과 예산 삭감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6%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