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대화를 막는 것 같아요. 눈을 마주치고 표정을 보면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스마트폰은 그런 소통을 막는 도구인 것 같습니다."(학부모 김기선씨)
"스마트폰은 오히려 대화를 하는 좋은 수단입니다. 물론 쓸데없는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친구들과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중3 박지영양)
원탁에 둘러앉은 학부모·학생 10명이 '스마트폰'을 놓고 한참을 토론했다.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었다. 가운데 앉은 운영강사는 쉴새 없이 토론내용을 받아 메모했다. 이렇게 모아진 토론자들의 의견은 실시간으로 전광판에 띄워졌다. 비슷한 의견이 많으면 노란색으로 표시되고, 가끔은 특이한 의견들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1일 오후 대구 수성구 경북고등학교 강당에서 초·중·고생과 학부모 6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2012 가족사랑 디베이트 어울마당' 현장이었다. 이날 행사의 메인 이벤트는 중·고생과 학부모 300여명이 30개 원탁에 나눠 앉아 '우리시대의 가족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진행한 공개 토론. 학교 폭력과 학생 자살 등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의 원인을 찾기 위해 대구교육청이 마련했다. 가족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보자는 게 기획 취지였다.
1차 토론 주제는 '우리 시대의 가족, 무엇이 문제인가?'였다. 원탁에서 제기된 의견 중 주요 의견 7개를 추려냈다. '부모의 일방적 소통(과한 기대, 간섭, 잔소리, 편애 등)'이 전체 의견의 36%로 가장 많았고, '대화시간 부족(경제문제, 늦은 귀가, 스마트폰 등)' 31%, '가치관 갈등, 세대차이(공부, 인생관, 부부갈등 등)' 14% 등의 순이었다.
이어 토론자들은 즉석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서는 '대화시간 부족'이 35%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 문제를 두고 2차 토론 '우리 시대의 가족,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배려와 이해(39%)'가 필요하다고 표를 던졌다.
이날 원탁 토론은 주민들이 모여 직접 의사를 표시하고, 바로 정책을 결정하는 미국의 '타운 미팅(Town Meeting·마을회의)'을 변형한 형태였다. 국내에선 주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정책결정을 하는 데 활용됐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신의 가족 문제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처음이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참석자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반응이었다.
원탁 토론이 마무리된 뒤에는 가족들끼리 모여 주최 측이 나눠 준 8절지에 디베이트 참가 소감을 적었다. 삼행시, 노랫말 개사 등 다양한 형태로 느낀 점을 적었고, 이날 토론 참석 소감을 그림으로 표현한 가족도 많았다. 한 학부모는 "평소에 말이 없고 수줍음이 많았던 우리 딸이 이렇게 똑똑하고 말을 잘하는지 몰랐다"며 "아이들의 마음, 그리고 다른 부모들의 마음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한준희 장학사는 "이날 토론은 대구 교육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라기보다는 가족끼리 스스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느껴보는 기회를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앞으로도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이날 토론회처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이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원탁 토론과 함께 다양한 주제별 디베이트도 열렸으며, 초등학생과 학부모까지 무려 600여명이 참석한 이례적인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