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상업 가동 중인 원전 수(22기)와 설비용량(1만9711㎿) 면에서 세계 5위의 원자력 국가다. 미국(104기), 프랑스(58기), 일본(50기), 러시아(33기)에 이어 다섯째다.
그러나 이 '5대 원자력 국가' 가운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하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미국·프랑스·러시아는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가 출범하기 전에 핵무기를 보유했던 나라들이라 재처리는 물론 우라늄 농축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핵확산을 막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재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 K씨는 "한국 등 다른 나라에 재처리 금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2차대전 전범(戰犯) 국가이면서도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을 통해 재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 NPT가 인정한 핵보유국이 아니면서도 재처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국립외교원 윤덕민 교수는 "일본은 미국 카터 행정부 시절 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여 재처리와 농축에 대한 포괄적 허가를 받아냈다"고 말했다.
원전 규모 면에서 한국보다 순위가 떨어지는 영국·중국·인도도 재처리 시설을 가동 중이다. 영국과 중국은 NPT 체제가 인정한 정식 핵보유국이라 재처리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고, 인도는 1974년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를 누려왔다. 외교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철학에 정면 도전했던 인도조차 2007년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을 통해 재처리 능력을 확보했다"며 "한국만 모든 길이 막혀 있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