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자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타운에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자주 눈에 띈다.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를 찾은 중3 한모(15)양은 매일 아침 눈꺼풀 안쪽에 테이프를 붙여서 쌍꺼풀이 접히게 한 후 등굣길에 나섰다고 했다.

A양의 엄마는 아침마다 쌍꺼풀을 만들려고 요란을 떠느니 아예 수술을 해주는 게 낫겠다 싶어 여름 방학을 맞아 수술 예약을 했다고 했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성형수술이 고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저연령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성장·발육이 끝나기 전에 성형수술을 할 경우 나중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얼굴을 뜯어고치는 현상이 확산되는 것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가치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형 열풍, 고3에서 중3으로 하향 이동

과거엔 대입 수능이 끝나면 성형외과가 고3 여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최근에는 연예인이나 '아이돌 가수'를 지망하는 청소년이 늘면서, 중3 미성년 성형수술이 부쩍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역에서 개업한 성형외과 김모 원장은 최근 중3 여학생 두 명이 연예 기획사 직원과 함께 와서는 '걸 그룹' 가수의 사진을 보여주며 성형수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어차피 다른 성형외과에 가서라도 수술을 받을 것 같기에 쌍꺼풀과 코 수술을 해주고 말았다.

연예인 지망생들은 중학교 졸업 앨범 사진에 원래의 얼굴을 남기지 않으려고 조기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여학생들은 성형수술을 마치 '포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성적이 몇 등 오르면 '눈 해달라', 시험을 잘 치면 '코 해달라'는 식이다. 성형수술을 마치 미용실에 가서 파마 하는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이 보는 패션 잡지에서도 성형수술 관련 기사가 나오고, 성형외과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성형외과 개업의(醫)들은 미성년 수술이 전체 미용 수술의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미적(美的) 정체성 불안 시기, 충동 성형 금물

18~20세까지는 몸의 성장이 이뤄져 조기에 성형수술을 하면 나중에 추가 성장에 따른 변형이 올 수 있다. 김성욱 성형외과 김 원장은 "한국인의 코는 16~17세까지 성장하므로 그 이전에 하면, 자칫 매부리코나 콧대 휘어짐이 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방확대술이나 위아래 턱뼈를 깎는 양악 수술은 골격의 성장이 끝난 성년 이후에 하라고 의사들은 권장한다. 뼈를 깎는 수술은 그 부위의 뼈 성장을 더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청소년 시기에는 외모에 대한 정체성이 덜 성숙한 시기이므로 섣부른 성형수술은 나중에 후회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관동대 의대 소아청소년 정신과 김현수 교수는 "미성년 성형 바람은 외모를 중요시하는 사회 풍조가 청소년에게도 확산된 결과"라며 "충동적으로 성형수술을 결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