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가 17일 "고교 교육을 무상 교육으로 하겠다. 대상 학생이 142만명인데 매년 25%씩 (단계적으로 대상을) 늘려가 5년 동안 6조원이면 무상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과 문재인 고문 측도 고교 무상 교육을 공약으로 제시했거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교생 195만명 가운데 저소득층 학생, 농·산·어촌 학생, 특성화 고교생 79만명은 이미 정부 예산 9500억원으로 무상 교육을 하고 있다. 2017년이면 고교생이 173만명쯤으로 줄 전망이어서 그때는 한 해 2조6000억원이면 전 고교생 무상 교육이 가능하다. 현재 유아·초·중·고교 교육 예산이 43조원이므로 우리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미 대기업들은 회사에서 직원들 자녀 학자금을 대주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따라서 무상 교육 대상을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고1→고2→고3으로 학년에 따라 확대하기보다는 소득 계층별로 나눠서 대상을 넓혀가는 것이 저소득층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여야(與野) 대선 후보들이 버릇처럼 이것도 '무상(無償)', 저것도 '무상' 하고 공짜 시리즈를 들고 나오는 점이다. 독일 통일 전 서독 내 좌파와 동독 정권은 동독은 문화혜택·교육·의료 모든 걸 공짜로 인민에게 제공한다고 치켜세우고 자랑해왔다. 그러나 독일이 통일되고 나서 실제 동독을 점검해보니 동독 정권이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는 모든 것은 서독에서라면 품질 불량(不良)으로 유통이 금지됐을 제품뿐이었다.

우리 교육의 핵심 문제는 공짜냐 아니냐가 아니라 참되고 알찬 질(質) 높은 교육을 어떻게 제공하느냐 하는 문제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은 질 높은 교육 제공이라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는 비켜 가며 입에서 꺼내기 쉬운 공짜 타령만 읊고 있다.

당면한 교육 과제 중 하나는 한 학기 400만~500만원씩 받으면서도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갈 곳이 없어 방황하게 만드는 대학답지 않은 대학들의 교육 수준을 어떻게 바꿔놓느냐 하는 문제다. 정치권이 서울대를 쪼개 전국에 흩어놓겠다는 약속처럼 '안 되면 말고' 식의 경쟁만 벌이다간 대한민국은 '교육 후진국'을 거쳐 세계 선진 대열에서 탈락한 낙오자가 될 뿐이다. 대선 후보들은 어렵고 힘든 일이더라도 국가 앞날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은 주춧돌 하나라도 놓겠다는 '진짜 교육 공약'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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