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17일 결선투표제를 전격 수용함에 따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3·4위 후보들은 '연대'를 통해 역전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게 됐고, 향후 판도에 따라 예측 불허의 상황 속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孫·金·丁, "결선투표에서 뒤집자"
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 측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손학규 고문 측의 신학용 의원은 "손 고문도 2007년 대선 경선룰 협상 당시 여론조사에서 월등히 앞섰어도 여론조사 비율을 낮추는 데 동의한 바 있다"고 했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도 "문 고문의 선택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3·4위 후보가 2위 후보에게 결선투표에서 표를 몰아주는 내용의 '연대'문제에 대한 입장을 즉각 밝히지는 않았다. 손 고문 측은 이날 "검토하는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고, 김 전 지사 측도 "연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각 캠프 관계자들은 "훨씬 더 해볼 만한 게임이 됐다"며 "경선이 막판으로 갈수록 손 고문과 김 전 지사의 연대는 가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벌써 과거 사례들이 거론됐다. 1970년 9월 치러진 신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당시 나란히 40대 기수론을 내건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맞붙었다. 1차 투표에선 김영삼 후보가 1위(421표)로 2위인 김대중 후보(382표)를 앞섰지만 2차 투표에선 3위 이철승 후보의 표를 흡수한 김대중 후보(458표)가 과반을 넘겨 김영삼 후보(410표)를 이기며 대선 후보가 되는 데 성공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일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나라에서도 1차 투표에서 2위를 한 후보가 나머지 후보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1위 후보를 꺾은 사례가 적지 않다.
◇문재인 측 "예선 1위가 결국 1위"
하지만 순회 경선 1위가 결국 단일화 경선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많다. 만약 문 고문이 경선에서 상당한 차이로 1위를 할 경우 2·3·4위 후보들이 2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단일화를 통해 표를 몰아주더라도 이미 쏠린 흐름을 돌리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문 고문의 결정에 대해 "(결선투표제를 받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문 고문 캠프에서 했기 때문에 받아들인 것이 아니겠느냐"며 "2·3·4위 후보들이 단일화를 하기 위해서는 '담합'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여론조사 회사 관계자는 "당내 대의원들만의 투표라면 모르지만 일반국민 모바일 투표까지 포함된 경선이기 때문에 한 번 쏠린 흐름을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경선룰을 가지고 오래 끌고, 국민에게 피곤한 이미지를 주게 되면 최대 피해자는 지지율 1위 후보"라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줌으로써 오히려 훨씬 더 좋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노무현식 승부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18일자 A2면 '문재인의 자신감…' 기사 중 '김두관 전 경기지사'를 '김두관 전 경남지사'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