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가 펴는 미사일 능력 강화론에 맞서 제기하는 반론 중 하나가 한국이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彈頭) 중량을 늘리게 되면 그동안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반대해온 한미 정부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논리이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보유 및 발사를 비판해온 한국이 정작 자국(自國)의 미사일 능력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과 한국의 미사일은 그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이미 사거리 1300㎞의 노동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또 사거리가 3000㎞가 넘는 대포동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신범철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유엔 안보리는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불법·도발 행위로 규정했다"며 "반면,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명백히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정당한 자위권(自衛權) 성격이기 때문에 어떠한 국제 규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이 '도발'이라면, 한국의 미사일은 '자위' 성격이 크다는 것이다.

한림대의 구본학 국제대학원 교수도 "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지하려면 우리도 남한 어디에서든 북한의 주요 핵심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의 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고 했다. 구 교수는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는 한국의 주권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북한 체제가 완전히 다른 것처럼 남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의 성격도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장거리 미사일은 기본적으로 위험한 무기이지만, 그것을 보유한 정권의 성격에 따라 공격용이 되기도 하고 정당한 방어용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국내 안보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범죄자의 칼과 요리사의 칼은 쓰임새가 다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