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소설가

스물여덟 살 난 젊은이가 고향 근처 호숫가 숲 속에 길이 15피트, 폭 10피트, 기둥 높이가 8피트인 통나무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2개월쯤 농사를 짓고 땔감을 만들기 위해 톱질, 도끼질을 하는 등등의 생존을 위한 활동 외에 그 젊은이를 숲 속의 다른 동식물과 구분하게 해준 것은 음식을 쌌던 신문지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낸 것이었다. 젊은이의 이름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때는 1845년, 장소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근방, 월든 호수였다.

먼저 태어났다고 해서 저절로 선배가 되는 건 아니다. 내가 소로우의 '월든'을 읽고 깊이 감명을 받은 것은 소로우의 숲 속 생활과 정서적으로 겹치는 시간이 내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시공은 1980년 겨울이었고 기간은 3개월, 장소는 고향 경북 상주 남쪽의 산 중턱 빈 절이었다. 소로우처럼 나 또한 나무를 베어왔고 서툰 도끼질로 장작을 패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지어먹었다. 물을 길어 가던 길에 눈 위에 호랑이(?) 발자국이 찍혀 있는 것을 보고 잡아먹힐까 봐 며칠을 창문 하나 없는 방 속에서 숨어 지내기도 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어서 촛불을 켜고 책을 읽다가 눈이 시큰거리다 못해 눈물이 나면 산 아래에 도시에 살고 있을 사람들을 떠올리고 미워하고 또 사무치게 그리워했다. '월든'을 읽고 나서 소로우를 만나게 되면 물어보고 싶었다. "댁도 혹시 실연한 거 아니오?"

오로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노동을 해본 사람은 안다. 인간의 육체가 얼마나 비천하고 부양하기 힘든 것인지를. 그래서 무정한 영구기관이 되어가는 듯한 그 과정에 깊이 침윤되면 이상하게도 명상적인 혜안이 생긴다. 혹은 그렇다고 착각하여 대중없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나 역시 그랬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때 썼던 일기인지 잡기인지 편지인지 모를 그 이상한 글과 노트는 남아 있지 않다. 기억에서도 깨끗이 지워졌다.

십여 년 전에 우연히 발길이 닿아 보스턴 인근 월든 호수에 간 일이 있었다. 소로우가 거주하던 통나무집은 그가 원래 살던 때처럼 널빤지와 회벽으로 바른 (그의 말대로라면) '완벽한' 집으로 복원해 놓고 있었는데 내부의 가구며 집기가 소박한 것은 물론이지만 대부분 생각보다 작다는 게 흥미로웠다. 제 손으로 집기와 가구를 만들다 보면 과시적이고 공허한 허식이 사라지고 '꼭 필요한 만큼'이라는 원칙에 따라 작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내 관심을 끈 것은 발효균 처리인가 뭔가 하는 친환경적이면서 첨단기술의 처리 시설을 갖춘 화장실이었다. 자연에 가장 가까운 최신의, 최선의 기술이 동원된 것 같았다. 내 입에서는 엉뚱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이 화장실에서는 밥을 먹어도 되겠는걸."

그때 내 손에는 소로우의 모교인 하버드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의 집 부엌에 있는 재료를 몽땅 때려 모아 김으로 싸서 만든, 월든 호수로의 소풍에 가져가기 위해 만든 '소로우 김밥'이 들려 있기도 했더랬다. 그건 정말 이제까지 먹었던 어떤 김밥보다도 오래 기억이 나도록 맛있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k@chosun.com

불과 2년 조금 넘는 기간 머물렀던 숲에서의 일에 관해 쓴, 젊은이의 수기 '월든'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 자연 속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걸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고 열정적이어야 하는데 소로우가 바로 그렇다. 그 결과로 산출된 문장은 명료하고 생활은 단순하다.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바, 경험한 바를 직정적으로 토로하지만 거기에는 흑막이 없다. 그가 좋아했던 공자가 말한 대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참되게 아는 것"임을 생활을 통해 꾸밈없이 보여주려 했다.

숲 속에서 사향쥐, 여우, 우드척, 들꿩, 올빼미, 소나무, 떡갈나무처럼 숲의 일원이 되어 꾸준히 자족적인 성취를 이뤄나가는, 인생 자체가 순정하고 고지식하며 담백한 사람들을 대도시의 번잡함 속에 사는 우리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탐욕이 없고 눈에 든 들보가 없다.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나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억지를 부리지 않고 도그마를 강요해서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자연이 불필요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도(道)'라고 한다면 침대 크기를 꼭 필요한 만큼만 작게 하는 것 또한 인간의 도다. 그것이 자연의 경제이고 인간이 자연에서 본받아야 할 경세제민의 법이다. 숲은 가르치지 않았고 소로우는 배우지 않았다. 그런데 그 흔적은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감명을 주는 문장으로 남았다.

[140자 트윗독후감]

"월든은 작년에 영문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 추천으로 읽었던 책입니다. 책 읽는 내내 '시간이 멈춘 느낌'을 받았어요. 인턴기간을 마치고 잠시 쉬는 중인데 섬에 있는 고모 댁에 '월든'을 들고 가서 시간이 멈춘 느낌을 가지려고 해요. ^^" (페이스북 응모자 Hyelim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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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신촌서 '월든' 북콘서트… 강연과 자연요리도 시식]

'월든' 북콘서트는 7월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신촌역 6번 출구의 문화공간 '숨도'에서 열립니다. 1부에서는 하버드대 박사과정을 밟던 중에 월든 호수를 직접 찾았던 연세대 황상민 교수의 강연이 있고, 2부에서는 자연요리 연구가인 문성희씨가 '월든'식 자연요리를 만들어 그 자리에서 참가자들과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참가신청은 은행나무 블로그(blog.naver.com/ehbook). 문의: (02)3143~0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