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13일 저축은행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내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후 사의를 표명하고는 민정수석실 조사를 거부한 채 잠적했다. 그는 "돈을 받지 않았지만 저축은행 건으로 이름이 거명된 데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부속실장은 1997년 초선 국회의원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들어갔고,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의전비서관을, 정부 출범 이후로는 줄곧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맡는 등 15년간 이 대통령 곁을 지켜왔다.

청와대 부속실장은 1급 관리관으로 직급은 높지 않지만 대통령의 일정과 면담을 관리하고 대통령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다 알고 있는 사람이다. 권력 실세들도 그에겐 잘 보이고 싶어 한다. 김 부속실장이 "돈은 받지 않았지만"이라고 했지만 이 말을 곧이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돈을 안 받아 깨끗하다면 그걸 증명해 명예를 찾아야지 도의적 책임 때문에 물러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그의 혐의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국민은 청와대 부속실장 이름이 수사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권력 비리 시리즈가 얼추 갖출 것을 다 갖춰간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최시중·박영준 등 실세 그룹과 이상득 전 의원 등 가족·친인척이 걸려든 데 이어, 급기야 대통령의 주변을 지키는 '문고리 권력'까지 검찰 수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나이트클럽 사장의 향응을 받다가 물러났고 제1부속실 행정관은 기업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가, 의전비서관은 세무 브로커 노릇을 했다가 구속됐다.

국민은 '권력의 단지에는 권력과 독(毒)이 함께 들어 있다'는 교훈을 잊고 권력에 취해 신세를 망치고 마는 장면을 역대 정권마다 봐왔다. 앞 정권 사람들이 천 길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는 걸 그렇게 되풀이해 봤으면서도 뒤 정권 사람들도 똑같은 길을 밟아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에서 권력 가진 사람들의 건망증은 어찌할 길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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