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왼쪽)와 신수지.

"수지 언니가 있어서 저도 잘할 수 있었어요."

작년 10월 신수지(21)의 은퇴 무대였던 전국체전 리듬체조 경기가 끝나고 나서 손연재(18)는 눈물을 보이는 신수지를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신수지는 손연재보다 한발 앞서 세계무대에 한국 리듬체조를 알린 '원조 요정'이다. 손연재가 작년부터 전지훈련을 해온 러시아 노보고르스크센터를 신수지가 먼저 거쳐 갔고, 현재 손연재의 전담 코치를 맡은 러시아의 옐레나 니표도바 코치도 손연재에 앞서 신수지를 가르쳤다.

신수지는 2007 세계선수권대회 17위, 2008 베이징올림픽 12위 등 한국 리듬체조의 최고 기록을 모두 새로 썼다. 타고난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9연속 '백 일루전'(Back Illusion·한쪽 다리를 축으로 나머지 다리를 수직 회전)은 러시아·동유럽 선수들도 따라오지 못하는 신수지의 고유한 기술이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손연재는 2011 세계선수권 11위에 오르며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탄탄한 기본기와 풍부한 표현력을 앞세워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종목별 동메달을 두 개나 따냈다.

세종고 선후배 사이인 신수지와 손연재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 국가대표로 함께 출전하는 등 든든한 동료이자 선의의 라이벌로 성장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 시달려온 신수지는 지난해 전국체전을 끝으로 리듬체조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