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체포 동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271명 표결에 찬성 74표, 반대 156표, 기권 31표, 무효 10표로 부결됐다. 함께 표결에 부쳐진 무소속 박주선 의원 체포 동의안은 찬성 148표, 반대 93표, 기권 22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정 의원은 2007년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3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고, 박주선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때 전직 동장의 투신자살을 몰고 온 불법 선거운동과 관련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는 정 의원 체포 동의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번 19대 국회부터 불체포 특권을 포함한 의원들의 여러 특혜를 폐지하거나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정·박 의원의 체포 동의안 처리 여부는 여야가 이런 대(對)국민 약속을 진짜로 실천할 것인가를 가리는 첫 시험대였다. 정 의원 체포 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표결 참석 의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체포 동의안이 부결되면 새누리당 혁신 의지가 불신받고, 대선에도 부담이 된다"면서 의원들을 독려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이날 표결을 앞두고 새누리당 소장파 의원들은 "검찰이 어떤 혐의와 증거로 정 의원을 구속하겠다는 것인지 수사 기록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는데 체포 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내용도 모르는 검찰 수사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격"이라며 체포 동의안 처리 반대 주장을 폈다. 1심 유죄판결을 받은 박 의원과 영장실질심사도 받지 않은 정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상당수 의원에게 먹혀든 것이 이날 국회 표결로 나타났다. 민주당에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도 거의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대통령 측근 실세들이 대통령 임기 중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을 드러내 밝히는 권력형 비리 수사의 본령(本領)에는 접근하지도 못한 채,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있었던 손쉬운 부당 정치자금 수사로만 시종한 데 대한 정치권의 불만도 표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내부 사정이 어떻든 국회의원 특권 포기 약속은 첫날 첫 무대에서 허무하게 깨져 버렸다. 여야는 휴지(休紙)가 된 약속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든지 아니면 비상(非常) 대책으로 국민의 깨진 믿음을 다시 동여매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설] 대통령 가족·측근 범죄는 나라의 치욕(恥辱)이다
[사설] 일본이 전쟁터 끌고 간 건 '위안부' 아니라 '性的 노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