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 미국에서 31년만에 발생한 최악의 가뭄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러다가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가뭄은 당장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은 미국 농무부가 11일 오전 발표할 세계농산물관측(WASDE)에서 올해 수확량 예측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수확량 예측치 하향 조정 예상
골드만삭스는 이미 옥수수 올해 수확량 예측치를 낮춰잡았고, 미 농무부도 올해 수확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사전 전망치를 집계한 본 결과 농무부는 올해 미국 옥수수 생산량 전망을 135만3400부셸(1부셸은 25.4kg)로 내려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6월 예측치(147만9000부셸)에서 8.4% 하향 조정한 것이다.
후세인 알리디나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미 농무부는 1에이커(4046㎡)에 166부셸에 달하는 옥수수 수확 예측치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며 원자재 시장 강세를 예상했다. 그는 "불리한 기후가 작황에 직격탄이 됐다"고 말했다.
◆ 원자재 가격 고공 행진…원자재 시장 강세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자 가격이 치솟고 있다. 10일 기준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은 전날보다 1% 상승한 부셸당 7.247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만의 최고치다. S&P캐피탈IQ에 따르면 옥수수 가격은 7월 들어서만 13.3% 상승했다.
옥수수를 비롯한 대두, 밀가루 가격도 최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9월 인도분 밀가루 선물 가격은 지난 9일 8.245달러에 마감, 작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 인도분 대두 선물 가격도 지난 9일 부셸당 15.7185달러를 기록해 2008년 이후 4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원자재 가격 강세에 대한 기대감에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앞다퉈 곡물을 사들이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18개 선물 옵션에 대한 매수 포지션은 96만3447계약으로 전주와 비교해 33% 증가했다.
하베스트캐피털펀드의 켈리 위즈브록은 "몇 주 안으로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공급이 좀더 위축되면서 곡물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애그플레이션?, "재고충분해 거기까지는…"
하지만 이같은 곡물 가격 상승세가 애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의외로 낮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상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경우 유가상승이 물가에 반영되기까지 보통 1~2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이는 가장 빠른 경우에 속하고 곡물가격은 3~4개월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IBK증권의 김순영 연구원은 "애그플레이션은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이로 인한 물가 상승은 4분기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옥수수 재고다. 올해 생산량이 줄어든 것일 뿐 현재 전 세계의 옥수수 재고는 작년보다 다섯 배나 많다. 한국투자증권의 김철중 연구원은 "올해 세계 옥수수 재고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지난해보다 애그플레이션 우려는 적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6월30일 기준 세계 옥수수 재고는 1557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8만톤)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