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서울 원효로 4가 한강변 자전거 도로를 달리던 50대 A씨는 도로 위에 있던 트럭을 피하려다 뒤에 있던 다른 트럭에 부딪혀 결국 숨졌다. 당시 A씨는 안전모를 쓰지 않은 상태였고, 빠른 속도로 페달을 밟고 있었으며, 주변에는 별다른 안전시설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전거 이용 인구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지만, 자전거 안전 문화는 아직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S사에 다니는 이모(26)씨는 매주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자전거족(族). 그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스마트폰을 거치대에 달고 음악도 듣고 길을 모를 때는 내비게이션을 열면서 가기도 했다. 주변이 한적하다 싶으면 DMB를 볼 때도 있었다. 그러다 2주 전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와 부딪혔다. 타박상에 그쳤지만,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사고였다. 당시 이씨는 자전거를 타며 스마트폰 지도를 열다가 앞에서 오는 자전거를 못 봤던 것이다. 이후 이씨는 자전거 탈 때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다. 이씨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만 들어도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아 위험한데,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자전거 동호회 '도싸'에서 활동하는 허성욱(26)씨는 "동호회는 회칙에 이어폰 끼는 걸 금지하고 있는데, 나가 보면 일반인의 20~30%는 이어폰을 낀 채 달린다"며 "차도에서도 이어폰을 끼면 목숨을 걸고 자전거를 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매주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아내·아들(9)과 함께 자전거를 타곤 했던 A씨는 지난 6월 말 아들이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이가 부러지면서 선뜻 다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당시 A씨 가족은 잠실에서 청담대교로 가는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었는데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며 지나던 다른 자전거에 놀란 아들이 넘어져 다친 것이다.

행안부에서 이번에 마련한 자전거 문화 개선 방안은 ▲과속 주행 제재 ▲음주 운행 처벌 규정 마련 ▲안전모 착용 확대 ▲휴대전화 사용·DMB 시청 금지 등을 담고 있다. 현재 자전거도로에서 안전 속도는 캠페인 차원에서 20㎞ 이하로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는 30~40㎞로 달리는 자전거가 즐비하다. 앞으로는 자동차처럼 도로(자전거 전용, 일반 차로 등)에 따라 제한 속도를 명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범칙금이나 과태료, 벌점까지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음주 운행은 지금도 금지하고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처벌 조항을 마련하도록 유도한다. 안전모는 현재 13세 미만 어린이에게 의무화하던 것을 청소년이나 성인에게도 확대 적용하고, 휴대전화 사용과 DMB 시청 금지는 새로 관련 조항을 만들어 처벌하기로 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자전거 사고 사망자 294명 중 두부 손상으로 인한 사망이 227명(77.2%)으로, 안전모를 착용했을 경우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앞서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은 이달 초 음주·과속 자전거 운행을 했을 때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