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민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5일(현지시각)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 조치 등을 통해 일제히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유로존 재정위기를 중심으로 전 세계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中, 한 달 새 두 번째 기준금리 인하 단행

가장 갑작스러운 조치를 취한 건 중국이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지난달 8일 3년 반 만에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지급준비율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중국은 한 달 새 두 번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1년 만기 예금금리를 0.25%포인트(25bp), 1년 만기 대출금리를 0.31%포인트(31bp)씩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예금금리는 3.00%, 1년 만기 대출금리는 6.00%로 각각 조정됐다. 낮아진 기준금리는 오는 6일부터 즉시 적용된다.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추는 동시에 대출 금리 상한선도 종전 기준금리의 80%에서 70%로 낮춘다고 밝혔다. 다만 지급준비율은 그대로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다가 올해 들어 두 번이나 인하한 이유로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부동산시장 침체를 꼽았다. 경기둔화에 따른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정부가 과감한 행동에 나섰다는 것.

HSBC의 궈홍빈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7.5~8% 성장률을 거두고 싶다면 관련 정책을 좀 더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인민은행이 물가상승률의 급격한 하락세에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오는 9일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발표를 앞두고 있다.

◆ ECB, 7개월 만에 기준금리 0.25% 내려… 사상 최저 수준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를 유로존 출범 이후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렸다.

ECB는 5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갖고 현행 1.0%인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75%로 내린다고 밝혔다. 이번 0.25%포인트 인하는 7개월 만의 조치다. ECB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내린 이후, 6개월 동안 계속 동결해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의 경기 하방압력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에 기준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인하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ECB는 유로존 내 은행들이 ECB에 맡길 때 받는 예치금리도 0.25%에서 0%로 내렸다. 은행들이 ECB에 돈을 넣어두기보다 은행들끼리 상호대출을 늘리도록 하려는 의도다. 최저대출금리도 1.75%에서 1.50%로 조정했다.

◆ 영란은행, 자산매입 규모 500억파운드 확대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날 500억파운드(약 88조3900억원) 규모의 자산매입을 추가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BOE의 자산매입 규모는 이전의 3250억파운드(약 574조원)에서 3750억파운드(약 663조원)로 늘어났다. 다만 기준금리는 0.5%로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BOE는 이날 성명에서 "강도 높은 재정 긴축과 위축된 신용 조건 속에서 유로존을 둘러싼 긴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 덴마크도 기준 금리 인하… 0.45%에서 0.20%로

덴마크 중앙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덴마크 중앙은행인 덴마크 국립은행은 통상적으로 ECB가 금리를 인하하면 같은 폭으로 금리를 낮춰왔다. 유로화 대비 크로네화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덴마크 국립은행은 기준금리인 대출금리를 0.25%포인트 낮은 0.20%로 인하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0.05%에서 0.25%포인트 내린 -0.2%로 낮췄다. 덴마크 국립은행이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를 좌우하는 CD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린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