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보〉(14~34))=즐비한 천재 소년 중에서도 나현(17)은 단연 기린아(麒麟兒)의 계보를 걷고 있다. 프로 진출 이듬해인 16세 때 벌써 세계 4강(제16회 삼성화재배)을 경험했다. 입단 직전엔 아마추어 신분으로 내로라하는 프로들을 제치고 세계대회(제2회 비씨카드배) 본선에 상륙한 적도 있다. 이번 대회 통합예선서 중국 소년기사 돌풍이 일었을 때 중국 최고 유망주 판팅위(范廷鈺)를 눕혀 분위기를 반전시킨 기사도 나현이었다. 현재 한국 랭킹은 15위.

18까지 잔잔한 탐색전이 계속되더니 19의 침입으로 반상(盤上)의 '평화'가 비로소 깨진다. 당장 현찰이 될 곳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젊은 혈기(血氣)가 19에 담겨 있다. 21은 19때부터 미리 구상했던 급소. 하지만 백도 22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백 '가', 흑 '나'로 진행될 경우의 축머리와 '다'로 좌변을 갈라치는 수단을 동시에 노리는 일격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변화 중 하나가 참고도인데, 그러나 이 그림은 흑이 너무 뭉친 형태여서 재미없다. 23은 8분을 숙고한 고심의 일착. '가'의 끊음을 완화하면서 32자리 씌움을 맞보고 있다. 25로 26자리에 느는 것은 백25가 너무 아프다. 이제 33까지는 쌍방 외길 수순. 34의 사나운 2단젖힘에 흑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