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은빈(19·가명)·희진(18) 자매는 지난달 뜻밖의 '큰 선물'을 받았다. 전남 나주시민의 정성이 담긴 선물이었다.

두 자매가 학교로 떠난 이후 30년 이상 된 나주 지역 흙집(33㎡)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홀로 살던 할머니(74) 걱정에 수시로 안부 전화를 걸었던 자매였다. 집 뒷벽이 지난해 6월 완전히 무너져 철근을 이용해 임시로 판자를 덧대놓았지만, 올해 장마가 덮치면 언제 무너질지 몰랐다. 그러던 중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가정위탁센터로부터 "집을 지어주겠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달 중순이었다.

15년 전 사업 실패로 친부모가 집을 떠나버려 할머니와 자매가 함께 생활했다. 정부 보조금과 어린이재단 지원비를 합쳐 한 달 50만원으로 버텼다. 이런 탓에 집 고칠 엄두를 못냈다. 바구니 장사를 하던 할머니마저 작년 4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하게 됐다. 도움 없이는 그 낡은 집마저 건사할 여력이 없었다. 새집 공사현장을 찾은 두 자매는 "이제 걱정을 내려놓고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밝게 웃었다. 화장실도 없던 단칸방 낡은 집은 현대식 새집으로 내달 말 탈바꿈 한다.

근육병을 앓고 있는 나주 아영이의 새집 준공식이 지난달 8일 각계 후원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어린이재단은 4~5월 두 달간 모금활동을 펼쳐 3200만원을 모았다. 나주의 각 기관과 개인이 모금에 참여했는데, 재단 단독으로 모금활동에 나섰다면 이런 큰 금액을 모으기 어려웠다. 나주시가 중간에서 도움을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앞서 두 기관은 지난 2월 협약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본부가 2010년 3월부터 펼치고 있는 "우리 지역 아이는 우리가 도와주자"는 이른바 '전남사랑 아이사랑' 캠페인에 나주시가 참여하기로 했다. 참여 지자체 지역 이름을 따 '나주사랑 아이사랑' 캠페인으로 이름이 적용됐다.

나주시는 지역 네트워크와 기관, 개인 정보를 재단에 제공했다. 시가 직접 예산 지원을 하지 않고도 아이들 후원금을 공동 책임질 수 있었다. 어린이재단 전남본부 나눔사업팀 황지혜 담당은 "나주시는 모금이 잘 되게 윤활유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황 담당은 "지자체가 참여해 공익성이 담보돼 활발한 모금을 유도하기가 쉬웠다"고 말했다.

근육병을 앓고 있는 나주 지연(가명)이와 동생 3명도 최근 '전남사랑 아이사랑' 캠페인 덕에 5780만원을 지원 받아 지난달 8일 새로운 집을 선물 받았다. 어머니는 "병이 있는 아이들이지만,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으니 끝까지 잘 키우겠다"고 했다.

전남 22개 시·군 중 이 캠페인에 참여한 지자체는 나주·목포·여수·담양·영암·영광 등 6곳이다. 어린이재단 전남본부 장형준 모금개발팀장은 "더 많은 지자체가 캠페인에 참여해 더 많은 아이들이 후원금을 통해 희망을 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 전남본부는 2010년 후원금 중 절반 이상인 56%가 타지역에서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황 담당은 "나주 사례에서 보았듯이 민·관이 긴밀하게 업무 협조를 하면 지역의 힘만으로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어떤 아이는 후원자를 잘 만나 한 달에 10만~20만원을 지원받는데, 어떤 아이는 4000원밖에 못 받는 사례가 많아요. 아이들에게 균등하게 돈을 배분해야하는데, 지역 현실을 잘 모른 데다 인력이 부족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 행정적 절차와 인력 지원은 지방 정부를 통해서 가능하게 됩니다. 아이들 상황과 욕구에 맞는 경제 지원·치료비·주거비·인재 양성 지원 등의 각종 지원은 결국 '전남사랑 아이사랑' 캠페인을 통해 가능하게 된 것이죠. 일종의 '맞춤형 복지 구현'이라고 할 수 있지요."(황 담당)

영광에 살고 있는 철민(가명)이도 허름한 무허가 주택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동생 3명과 살고 있다. 부모는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긴 뒤 철민이가 4살쯤에 연락이 끊겼고 현재 6년째 소식이 없다. 기관지 천식으로 호흡기 장애를 가져 작은 움직임에도 힘들어하는 할머니, 교통사고를 당해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고 장시간 일할 수 없는 할아버지다. 조부모는 2~3달 합쳐 20만원도 안 되는 고물 수익금으로 생계를 이어나간다. 어린이재단은 "철민이에게 도움을 줄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 전남본부는 앞으로 22개 시·군 전체가 지원을 하도록 지속적인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문의 ☎(061)753-5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