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한쪽에서는 "국가대표 파이팅"이라는 응원이, 반대쪽에서는 "에이∼ 우∼"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연병장에는 과녁과 선수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대형전광판이 설치됐고, 과녁 뒤에 임시로 설치한 자주색 벽에는 올림픽 로고와 'THE OLYMPIC GAMES LONDON 2012'라는 문구를 새겨 5400여명이 운집할 올림픽 경기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3일 강원도 원주의 한 군부대 대운동장에서 런던올림픽 최종 리허설 경기를 치렀다. 남자대표팀(임동현·오진혁·김법민)은 오후 3시 40분부터 현대제철과 단체전 경기를 펼쳤다. 여자대표팀(이성진·기보배·최현주)과 현대백화점의 단체전 연습경기도 이어졌다.

27일 개막하는 런던올림픽에서 남녀 개인 및 단체 네 종목 석권을 목표로 내건 양궁대표팀이 3일 강원도 원주의 한 군부대에서 국내 실업팀들과 연습 경기를 펼쳤다. 대형전광판과 올림픽 로고가 새겨진 임시 구조물을 세우고, 북과 꽹과리, 확성기로 궨무장궩한 장병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응원전까지 펼친 이 연습경기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마련된 훈련이었다.

이날 경기는 런던올림픽을 가상한 '시뮬레이션 경기'였다. 대표팀이 마지막 리허설 장소를 군부대로 정한 것은 군기가 바짝 든 장병들의 응원이 훈련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세계 최강인 한국 양궁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도 실전에 가까운 모의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호루라기 등을 동원한 관중의 악의적인 방해 공작에 평정심을 잃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전투복 차림의 대표팀 응원단과 체육복을 입은 실업팀 응원 장병들은 런던올림픽 경기장과 똑같은 모양으로 설치된 좌우 관중석에 350명씩 앉아 경기 내내 확성기와 북, 꽹과리, 징, 음료수 병으로 소음을 만들어 냈다.

실업팀 응원 장병들은 대표팀 선수가 8점 이하를 쏠 때마다 "다음에는 5점을 쏘라"는 악의적인 야유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엔 강한 바람이 불어 과녁 위 노란 깃발이 경기 내내 펄럭거렸다.

대표 선수들은 연습경기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더구나 이날 연습을 도운 실업 선수 중에는 시드니올림픽 여자 개인·단체 2관왕 경력의 윤미진 등 대표·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 즐비했다. 1시간가량 펼쳐진 승부에서 남자대표팀은 223대217로 이겼다. 하지만 여자대표팀은 마지막 순간 5점짜리를 쏘는 바람에 205대209로 역전패했다.

장영술 대표팀 총감독은 "오히려 패배가 선수들에겐 쓴 보약이 됐을 것"이라며 "경쟁국의 실력이 많이 올라온 상태라 박빙의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31)은 "실제 경기장과 비슷한 분위기에서 연습한 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바람의 방향이나 속도가 계속 바뀌는 환경에서 경기를 치러보니 오조준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기보배(24)는 "많은 응원단을 두고 활을 쏘니 긴장이 많이 됐다"면서 "실전을 앞둔 적응 훈련으로서 좋은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남녀 개인 및 단체 4관왕을 노리는 양궁대표팀의 키워드는 '순간 집중력'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은 남녀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세트제가 도입된다. 한 세트 3발씩 5세트로 진행되며 세트별로 이긴 선수는 2점 비기면 1점씩 주어진다. 한 발의 실수가 치명적인 패배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대표팀은 정신력 강화를 위해 올 2월에 국가대표팀 전체가 혹한을 뚫고 한강변 21㎞를 6시간 동안 걸었다. 또 소음을 견뎌내기 위해 야구장과 경륜장을 찾았다. 4일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번 연습경기를 치르는 대표팀은 19일 런던으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