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는 2일 세종시 공식 출범에 맞춰 세종시에 청와대 제2 집무실과 국회 분원(分院)을 만들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놨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10월 행정수도 건설은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헌재 판결을 피해 편법적으로 행정중심도시로 만들었던 세종시의 성격을 다시 사실상 행정수도로 되돌려 놓겠다는 뜻이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는 공약 덕분에 충청권에서 충청 출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26만표 차로 앞선 것이 대선의 승부를 갈랐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신(新)행정수도 공약을 또 들고 나온 것은 '2002년이여 다시 한번' 전략이다.

세종시장이 2일 취임했지만 세종시 정식 청사는 2년 후에야 완공된다. 올 9월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6개 부처를 포함해 12개 기관 4000여명, 내년 18개 기관 4000여명, 2014년 6개 기관 2000여명이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그 사이에 대선을 치르고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서 이전 대상 기관이 통폐합될 수도 있다. 세종시 앞에 가로놓인 불확실성이 이것만은 아니다.

세종시는 분단(分斷) 시대의 잠정적인 행정 중심지다. 남북한이 하나가 되면 통일 한국의 수도를 서울 또는 평양, 아니면 그 중간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7000만 민족 전체가 다시 한번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독일 통일 후 분단 시대 서독의 수도였던 본은 대부분의 행정부처 수장(首長)과 주요 간부가 통일 수도 베를린에 상주(常住)하고 있어 사실상 빈 도시가 돼가고 있다. 독일 정부는 본 지역의 반발로 형식상으론 몇 개 부처의 직원을 본에 잔류(殘留)시키고는 있으나 언젠가 행정 중심을 완전히 베를린으로 옮겨 갈 것이라는 점은 중앙 정부나 본 주민 모두가 기정(旣定)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정말 충청권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10년 후, 20년 후 세종시가 각각 맞게 될 과제들에 대한 해답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런 진지한 고민의 흔적도 없다. 오로지 10년 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충청 표를 얻었던 그 방식을 한 번 더 써먹어야겠다는 대선 표 계산이 있을 뿐이다. 충청 유권자들은 2002년 대선 때 행정수도 공약이 나온 이후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해 왔다. 그런 충청 유권자들 앞에 10년 전 공약을 재탕하듯 다시 던져놓는 것은 충청 표는 얕은꾀로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얘기다. 충청 유권자들을 농락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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