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들이 재정위기 관련 해법에 동의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유효할지도 문제고, 위기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건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일단 이번 조치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가 원론에만 그쳐 세부적으로 다듬어야 할 내용이 많다는 점도 숙제다.
◆ "모양은 그럴듯"…세부 추가조치 시급
30일 JP모간은 총평에서 "기대가 크게 낮아져 있던 가운데 예상보다 많은 성과가 도출된 것일 뿐"이라며 "앞으로도 길고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RBS증권도 "위기해결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충분했다"라며 "그러나 세부내용이 부족하고 추진계획도 너무 촉박하게 설정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도 한 마디 보탰다. 조치에 대해선 환영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추가 내용이 조속히 나와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백악관의 공보담당관인 제이 카니는 "유로존이 미래를 위해 한 발 내딛게 된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다만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수많은 세부내용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합의에 따른 정치적 이행성과 가능성이 미흡하고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라며 "유로본드, ESM의 은행업 허가 부여 등에 대해 결론을 못낸 것도 미비점"이라고 지적했다.
◆ 국채 직접매입?…"장기대책 아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임기응변에 그칠 뿐 장기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구제금융 자금으로 국채를 직접 매입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저런 조건을 전제로 한 국채매입이 과연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제대로 됐을 경우에도 발생할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재정불량국 국채를 사줬을 경우 재정위기에 대한 면죄부만 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이탈리아가 원하는 것처럼 국채 직매입이 쉽게 단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위기국의 실제 신청시기와 매입 허용 규모도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투자은행인 소시에테제너럴도 "유로존 국채시장을 안정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해 유럽 재정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시간벌기 어디냐…우선 돈풀기 부터
다만 시간벌기에 성공한 것만도 일단 대단한 성과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일단 올 여름만 무사히 넘기면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의 중앙은행들이 추가 금리인하나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글로벌 경기 회복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
우선 다음달 5일로 다가온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로이터는 이코노미스트 사전 조사를 통해 "이번 ECB 회의에서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이 경기둔화를 우려해 금리를 내릴 것이라 전망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