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50대 후반의 베트남 여성이 아들이 입원해 있는 인하대학교 중환자실 앞을 서성거리다 돌아갔다. 호찌민 대학 교수가 되어 효도하겠다던 아들 탄 타이(24)씨는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 있었다. 그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병상에 누워 힘든 호흡을 이어갔다. 이런 아들의 모습을 보기 힘들어 어머니는 면회 시간에도 중환자실에는 들어가지 않고, 병실 앞을 서성이다가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타이씨는 2010년 한국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으로 선발돼 한국에 왔다. 그는 베트남 호찌민 시(市) 외곽의 빈민가에서 1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심장병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노점(露店)으로 생계를 꾸렸다. 타이씨는 중·고교시절부터 줄곧 장학금을 받았다. 2010년 베트남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호찌민대학의 화학공학과도 4년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졸업 직후인 그해 9월 타이씨는 한국 유학의 기회를 얻었다. 한국 교육과학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원장 하태윤 대사)이 매년 외국의 우수 대학생 400명을 선발하는 '초청 장학생'에 뽑힌 것이다. 타이씨는 한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어머니에게 "호찌민 대학 교수가 되어 효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인하대병원에 입원 중인 베트남 유학생 탄 타이씨. 백혈병 치료를 받고 있는 그를 위해 국립국제교육원은 28일 병원비 모금 음악회를 개최한다.

인하대학교 공대 대학원생이 된 타이씨는 적응이 빨랐다. 1년도 안 돼 일상 대화에 문제가 없을 만큼 한국어 실력이 늘었고, 한국 학생들과도 잘 어울렸다고 한다. 그러던 2011년 12월, 타이씨의 무릎에 엄지손가락만 한 혹이 올라왔다. 올해 1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백혈병 진단을 받을 당시 병원을 함께 찾았던 송상현(46·해외 선교사)씨는 "타이는 백혈병이라는 말을 듣자 '어머니가 고혈압 때문에 건강이 안 좋으신데, 나 때문에 또 고생하시겠다'며 울었다"고 전했다. 타이씨는 한 달 가까이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타이씨의 대학 동아리 친구들이 번갈아가며 그의 옆을 지켰다.

천영재(27·인하대 4년)씨는 "힘든 치료를 받으면서도 타이는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꼭 웃으면서 '나 때문에 미안해'라고 말한다"고 했다. 송씨는 "지난주 중환자실로 들어가기 전에 타이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가면 네가 좋아하는 고기 사줄게'라고 하더라"고 했다.

국립국제교육원 박희덕(54) 연구사는 "타이씨의 치료비만 해도 최소 8000만원"이라며 "병원비 모금을 위해 오는 28일 국립국제교육원 대강당(서울 종로구 이화장길)에서 음악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우리 민요와 베트남 전통 음악 등을 공연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