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의 사조직이 속속 출범하고 있다. 여야의 대표적인 대선주자 10명을 지지하는 사조직의 회원만도 벌써 3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포럼' '○○사랑' '○사모' '○○산악회' '○○연구소' 같은 간판을 내걸고 자발적인 모임인 것처럼 꾸미고 있지만, 상당수는 직·간접으로 대선후보와 연결돼 있다.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그 명칭이나 표방하는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운동을 위해 사조직을 설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떤 문패를 내걸건 조금이라도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에 관련돼 있으면 불법 사조직으로 보고 엄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엄격한 규정이 순수한 대선후보 팬클럽 활동까지 가로막으려는 취지는 아닐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고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려고 자기 돈을 내고 자기 시간을 쪼개 봉사를 하는 건 오히려 적극 권장할 일이다. 문제는 이런 순수한 팬클럽은 극히 드물다는 데 있다. 대선을 앞두고 조직을 급조해 이끌어 가는 이들 대부분은 이권(利權)이나 이권과 직결된 '자리'를 노리고 움직인다. 당장 표가 급한 대선주자 측도 은근히 뒤에서 이들을 부추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사조직은 지원한 후보가 집권하면 곧바로 권력단체로 바뀌어 인사 특혜 시비나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련자들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이 정권마다 되풀이돼 왔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도운 국민선진연대는 한때 그 회원이 463만명에 달했다. 당시 자칭 200만명이라던 한나라당 당원의 두 배가 넘는 숫자다. 이 조직을 이끈 핵심인사들이 이 대통령 집권 후 국정의 요소요소에 들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는 국민 모두가 똑똑히 지켜봤다. 이전 정권의 대선 사조직들이 보여준 행태와 말로(末路)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지금처럼 사조직 확장 경쟁에 나서면 누가 집권하든 사조직 인사들의 국정농단을 막지 못하고 국가 인사(人事)의 문란을 부르게 된다. 대선주자들이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사조직을 모두 해체하든지 그게 정 어렵다면 집권 시 사조직 관련자들에게 그 어떤 이권이나 자리도 주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언해 못을 박아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들 사조직에서 이권과 자리를 보고 몰려들었던 무리들은 모두 사라지고 진짜 회원들만 남게 될 것이다. 그렇게 사조직을 진성화하는 것이 대선운동에도 효율적이고 집권 후 인사 문란에 따른 정권 부담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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