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선거인단 불법모집)로 너무 재촉받아 그만두고 싶었다. 로봇처럼 명령 따르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 애가 아픈데도 모바일투표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동구에 사는 게 싫다…."

광주지법 형사6부 재판장 문유석 부장판사는 27일 박주선(63·무소속·사진) 의원과 유태명(68) 광주동구청장 등 광주동구 불법 조직선거에 연루된 피고인들에 대한 1심 선고공판 말미에 "수사기록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이라며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이번 조직선거에 동원된 한 여성(48)이 검찰조서 끝부분에 자필로 적은 진술이었다.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구속까지 경험한 이 여성은 "세상이 다 이런가 보다. 정치세계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곳인 것 같다"고 적었다.

문 부장판사는 "이 사건으로 전직 동장이 투신자살하고 여러 평범한 사람이 옥고를 치렀다"며 "피고인들은 민주주의의 축제가 돼야 할 선거를 피와 눈물, 돈으로 얼룩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직적 범죄의 특성상 실행은 하급자가 하고, 상급자는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최소한의 지시나 묵인만 하더라도 이익은 상급자에게 가는 만큼 (상급자가)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가장 윗선으로 지목된 박주선 의원에 대해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량(징역 1년)보다 높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박 의원의 당선을 위해 자신의 조직을 동원한 혐의로 기소된 유 구청장에 대해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유 구청장을 법정구속하고, 불체포특권이 있는 박 의원에 대해서는 국회에 체포동의서를 보내기로 했다. 박 의원의 보좌관 등 측근 네 명도 각각 징역 3년~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선고 후 박 의원은 "납득할 수 없는 재판이다.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청와대 법무비서관이던 지난 1999년 '옷로비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았고, 2000년 나라종금사건, 2004년 현대건설비자금사건 때도 구속됐다가 무죄판결을 받아 이른바 '3번 구속, 3번 무죄' 기록을 갖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