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나 과학은 강조하면서 국사가 점점 소외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나 유럽, 미국 역사를 들먹이며 '우리나라 역사는 방대하지 않아 시시하다'는 친구들을 볼 때면 사명감도 생깁니다."

이주홍(경기 고양 저동고 3년)군은 교내에서 '국사 전문가'로 통한다. 중간·기말고사 직전엔 으레 자신이 정리한 연표 등으로 반 친구 앞에서 '강의'하고 교내 역사 관련 행사가 열릴 때면 빠짐없이 준비 작업에 참여한다. 올 1월엔 한국사검정능력시험 1급 자격증도 획득했다.

저동고 '국사 전문가' 이주홍군은 역사 공부를 통해 자격증, 수상 경력, 봉사활동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군이 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초등 5학년 때. 지역 주민센터에 개설된 역사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부터였다. "만화나 동화로만 접하던 역사를 난생처음 '학문'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무엇보다 역사를 여러 가지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죠." 그는 당시 수강하던 프로그램이 중도 폐강되자, 해당 강사의 다른 수업을 찾아 들을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중학교 입학 후엔 3년 내내 교내 역사 동아리에 가입, 격주로 유적지를 탐방하며 '책'에서 '현장'으로 탐구 영역을 넓혔다.

◇자력으로 터키·중국 해외연수 기회 거머쥐어

이군은 중 2 때 역사 교사의 권유로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우리 역사 바로 알기 대회'에 출전했다. 첫 번째 보고서의 주제는 '궁시(弓矢·활과 화살)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수 개월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역사 연구의 즐거움에 점차 빠져들었다.

"크고 작은 대회에 입상하면서 '역사를 마냥 좋아만 할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고등학교에 들어온 후엔 계열 선정과 관련, 고민도 많았죠. 주변에서 '이과 계열이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 '문과에 가려면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제 진심을 알리기 위해 더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이군은 고교 입학 후에도 '해동명장 윤관 후예들의 번영'(2010) '고릉, 고려왕조 최후의 잔영'(2011) 등 매년 역사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꾸준히 대회에 참가했다. 올해는 '한반도 북부와 만주에 호령하던 고구려를 만나다'란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군에 따르면 역사는 국어·영어·수학에 비해 학생이 동참할 만한 프로그램은 적은 편이지만 꾸준히 관심 갖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그 자신만 해도 지난 2010년 여성가족부 주관 해외 연수단원 선발 프로그램 '터키-문명과의 대화'와 지난해 경기도교육청 주관 청소년 국제 평화 연수단 선발 프로그램(중국)에 선발돼 두 차례 해외 연수 기회를 얻었다. 올해 작성한 '…바로 알기 대회' 보고서 주제 역시 중국 연수 중이던 지난해 힌트를 얻은 것이다.

◇"역사학자 꿈… 재밌는 국사 교과서 만들고 싶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역사에 관심 갖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이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동네 인근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가 초등생 대상 역사 강의를 맡겨 달라고 의뢰, 허락을 받아냈다. 2년간은 매주 토요 휴업일마다 센터를 찾아가 세 시간씩 초·중학생(초등 3년~중학 2년) 13명에게 역사를 가르쳤다. 올해는 월 1회 관내 중학생 8명의 역사 공부를 돕고 있다. 한국사검정능력시험 1급 합격 후엔 '정식 강사' 자격으로 대기업 사회지원 프로그램에 지원, 가르치던 후배들이 쓸 역사 교재를 지원 받기도 했다.

"처음엔 그저 '내가 아는 걸 가르쳐준다'는 생각이었는데 제가 아는 지식을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더라고요. 후배들을 가르치며 제 역사 지식도 탄탄해졌죠."

이군은 지난해 교내 역사 답사 동아리 '온누리로(ON누리路)'를 창단, 용미리석불입상·고양향교·연산군금표비·흥국사·행주산성·공양왕릉 등 지역 유적지를 답사했다. 지금은 '고문' 역할을 맡아 후배들의 답사 활동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제 꿈은 역사학자예요. 그래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리 유물 관련 자료를 되찾아 올 겁니다. 또 재밌는 국사 교과서를 제작해 좀 더 많은 이들이 우리 역사에 관심 갖게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