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일 홍콩의 제4대 행정장관으로 취임할 렁춘잉(梁振英·58·사진) 전 행정회의 의장이 자신의 집에 불법 건축물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취임도 하기 전에 사퇴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홍콩 반환 15주년이 되는 날과 겹치는 취임식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참석하기로 돼 있어 중국 당국이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중국 당국은 행정장관 선거 과정에서 친중파인 렁 당선자를 지지했다.

7·1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홍콩의 범민주 시민운동단체 '민간인권전선'은 24일 렁 당선자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25일 보도했다. 성명은 렁 당선자가 이번 주 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7월 1일 대규모 가두시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홍콩시민을 속인 렁 당선자가 취임 후 법치와 민주절차, 삼권분립의 정신을 무시할 것이 우려된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렁춘잉 정부를 압박하라"고 호소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당초 경찰 측에 예상 시위참가자를 5만명으로 통보했으나 불법건축 파문 때문에 이보다 훨씬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콩 입법회의 일부 의원은 오는 27일 취임하지도 않은 렁 당선자의 불신임 문제를 논의할 태세다.

지난 21일 홍콩 언론은 렁 당선자의 집에 건축 허가를 받지 않은 유리 구조물(9.3㎡)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보도했다. 이어 다음 날 또 다른 5개의 불법 건축물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은 확산됐다. 렁 당선자는 자신이 이사 온 후 만들어진 불법 건축물은 하나밖에 없다며 이 건축물을 즉각 철거했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행정장관 선거에서 경쟁자인 헨리 탕(唐英年·60) 전 정무장관의 호화 주택 불법개조를 공격했던 렁 당선자는 이번에 본인 스스로가 같은 문제로 공격을 받는 아이러니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