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최강자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가 광고시장까지 '접수'하고 있다. 주요 코너 출연자들은 TV는 물론 라디오와 인터넷·인쇄 광고 시장을 무대로 이동통신·전자제품·식품·학습지·증권사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CF모델로 활약 중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관계자는 "전에도 인기 개그맨들이 광고에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한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한꺼번에 등장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IT부터 학습지까지 업종 불문 '돌풍'
올 초부터 개콘 출연진들이 나온 광고는 지상파TV 10여건, 케이블TV·UCC·라디오 등까지 포함하면 20여건에 이른다. 우선 눈에 띄는 건 동일제품 광고에 여러 편의 '개콘 버전'을 내보내는 광고다. LG유플러스 LTE(4세대 이동통신)는 최근 개콘의 인기코너 '용감한 녀석들'(박성광·신보라·양선일·정태호) 편을 방영했고, 앞서 '불편한 진실' '비상대책위원회' '네가지' 코너 출연진을 기용한 광고를 잇달아 내보냈다. 개콘에 등장했던 각 코너의 상황, 대사, 유행어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청호나이스 역시 얼음정수기 '쁘띠' 광고에서 '감사합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원효, '사마귀 유치원'의 조지훈 등이 출연한 3가지 버전의 광고를 동시 방영하고 있다.
여러 코너에 얼굴을 내민 간판 개그맨들은 광고출연도 겹치기다. '개가수'(개그맨 겸 가수를 칭하는 신조어)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신보라는 LG유플러스, 싼타페 UCC 시리즈, 동원 햄, KTB증권 라디오 광고 등에 출연해 '김연아를 능가하는 CF퀸'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네가지'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준현 역시 아워홈 함흥 냉면과 오리온 고래밥 광고 등에 잇달아 등장해 "고뤠에~"를 외쳤다. '애정남'으로 인기를 모았던 최효종도 두산동아 수학학습서, LG전자 3D TV UCC 광고에 등장했다.
◇"기존 개그맨보다 모델 호감도 뛰어나"
인기 정상의 코미디 프로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는 점 외에 유독 개콘 개그맨들이 광고 시장에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휘닉스컴 황경훈 국장은 "개그맨은 신뢰감과 메시지 전달력이 다른 연예인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개그 감각으로 무장한 개콘 출신들은 각자의 개성과 창의성으로 시청자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씨엠파크 박순 PD는 "'용감한 녀석들' '네가지' 등의 인기 코너는 시각적 즐거움뿐 아니라 우리말 특유의 리듬감이나 감칠맛이 두드러진다. 개콘 출연진들은 특유의 말투로 제품의 장점을 차별화시켜주는 내레이터로서의 매력도 많다"고 했다.
광고주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현대차는 "신보라의 다재다능한 이미지가 싼타페의 주요 타깃인 젊은층에 어필했다"고 했다. 아워홈은 "육중한 몸집의 김준현이 냉면을 먹으며 '마음만은 홀쭉하다'고 외치는 장면은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해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두산동아도 "'애정남' 최효종은 학부모와 어린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모델이라 책 인지도가 10% 가까이 높아졌다"고 평했다. 청호나이스도 "정수기 결정권은 주부에게 있고, 주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이들이라 개콘 모델을 썼다"며 "얼음정수기 매출도 전년대비 15% 올랐다"고 했다.
이들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광고업계와 연예계 등에 따르면 간판급의 경우 6개월~1년 단위 광고 출연료가 편당 6000만~1억2000만원, 지명도에서 다소 밀리면 3000만~5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겹치기 출연으로 효과 반감 우려"
광고 전문가들은 "겹치기 출연이 계속될 경우 광고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광고에 동시에 등장하면 머릿속에는 개그맨만 남고 제품은 잊혀 제 살 깎기가 될 수 있다"는 것. 계명대 김용주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요즘 개그맨들은 주목도를 높이는 데는 뛰어나지만, 개그맨이란 특성상 브랜드 선호도와 소비자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개그와 유행어에 편승해 쉽게 가려는 전략은 기대 효과가 제한적"(박순 PD)이라는 평가도 있다.
조선대 김봉철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개콘의 인기가 떨어지거나 악성 스캔들이 터질 경우 광고 효과가 급감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