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24일 울산, 경남·북, 부산 등 곳곳에서 컨테이너 트레일러·탱크로리 등 화물차들이 불에 탔다. 펄프류 등 인화성 높은 화물을 실은 차, LPG충전소·주유소 옆에 세워둔 트럭, 화학물질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등이 무차별 방화 테러를 당했다.
경찰은 이날 차량화재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7대의 차량 화재가 24일 0시부터 해가 밝기 전에 일시에 발생했고, 특정 지역에서 방화가 집중됐으며, 범인들이 불을 붙인 것도 주로 운전석 아래 바퀴 쪽으로 비슷했다. 27대 중 화물연대 소속은 한 대도 없는 것도 공통점이다. 경찰은 무작위 방화 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방화 방식도 '테러'라는 말이 걸맞을 만큼 대담했다. 방화범들은 주유소 근처에 있는 화물차에도 거리낌 없이 불을 붙였다.
24일 오전 3시 37분쯤 울산 울주군 온양읍 망양리 대성주유소 주차장에서 25t 카고트럭이 불에 탔다. 트럭 짐칸에 실린 높이 1m가량의 대형 두루마리형 용지 화물 40개(5000만원 상당)도 대부분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이 불은 1m 옆의 이모(56)씨 소유 16t 탱크로리에도 번져, 두께 5㎜가량 되는 알루미늄 탱크가 폭탄을 맞은 듯 터져 나갔다. 열기 탓에 패널로 만들어진 '일성운수' 건물도 일부 녹았다. 발화 지점에서 주유소 건물까지의 거리는 불과 10여m였다. 일성운수 관계자는 "탱크로리가 비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휘발유라도 실려 있었다면 (주유소까지 화재가 미쳐) 사방 500m 정도는 쑥대밭이 됐을 것"이라며 "탱크로리는 화물연대 소속도 아닌데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울주경찰서 관계자는 "가장 먼저 불탄 25t 카고트럭 차주는 지난 4월 화물연대에서 탈퇴한 일이 있다"면서 "보복 방화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20분 뒤에는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언양-울산 간 24호 국도변 공터에 주차된 11t 화물트럭 운전석 쪽에서 불길이 솟았다. 트럭에서 불과 30m 옆에는 LPG충전소와 주유소가 담장 하나를 끼고 나란히 붙어 있었다. 트럭에는 벽지와 펄프류 등 인화성 높은 화물도 실려 있었다. 이날 불은 길을 지나던 한 운전자가 119에 신고해 5분여 만에 진압됐지만, 경찰은 "신고가 늦어 벽지나 펄프류에 불이 옮아붙었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현장 옆 LPG충전소 관리소장은 "바람이 세게 불었다면 정말 큰 사고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 중산동 경주-울산 간 7호 국도변 갓길에서도 주유소 바로 건너편에서 25t 화물트럭 2대가 불탔다. 경찰은 "방화범이 페인트류에 인화성이 큰 시너 등 성분을 탄 인화물질을 준비하고 종이박스를 발화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울산 북구 효문동 현대글로비스㈜ 화물차 주차장에선 빼곡하게 늘어선 30여대의 25t 트레일러 화물차량 가운데 6대가 방화 피해를 당했다. 다른 트레일러에서 잠자던 운전자 정모(41)씨가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오다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 울산 5개 구·군 7곳에서 모두 14대의 화물차량이 방화 피해를 당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에는 화물연대에 소속 안 된 운전자들이 많다"며 "파업을 앞두고 차를 운행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과 경남, 경북에서도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화물차에 대한 방화가 잇따랐다. 경북 경주에서는 외동읍 입실리 7번 국도 위의 한 공터에 세워져 있던 윤모(49)씨 소유의 10톤 카고트럭에 불이 나는 등 5대의 화물차가 불에 탔다. 경찰은 "경주와 울산 지역의 범행 장소 대부분이 7번 국도변에 있다"며 "한 무리의 그룹이 차를 타고 가면서 불을 질렀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경남 함안군에서도 5대의 화물차가 방화 피해를 당했다. 부산에선 이날 오전 0시 35분쯤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항 4부두와 5부두 사이의 부두로에 주차해 있던 임모(44)씨의 트레일러 운전석과 그 옆의 화물차 오른쪽 앞바퀴가 불에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