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가까이 이어진 유럽 재정위기로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체제에 호의적이던 독일인들이 불안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4일 전했다.

독일 공영방송인 ARD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5%가 마르크화(유로화가 도입되기 전 독일의 화폐) 복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달보다 9% 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또한 은행에 들어둔 저축이 불안하다고 응답한 독일인도 56%에 달했다. 유로존 나머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경제력을 지닌 독일은 역내 수출을 통해 성장을 이어오며 유로존 체제의 수혜자로 꼽혀왔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로 독일 경제마저 위협 받으면서 유로화의 지위를 걱정하는 독일 국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스위스에서 독일을 방문한 동독 출신의 옌스 호스펠트(46) 씨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자식에게 물려줄 돈도 없이 어떻게 수십억유로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유로존에 쏟아부을 수 있겠느냐"며 "이제는 그리스가 독일을 가운데 두고 벌이는 게임을 중단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라며 "차라리 그나마 노력이라도 하는 포르투갈을 돕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안드레아 베르너(55) 씨도 베를린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갖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유로화가 정말 우리에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냉소를 보냈다.

이들은 그리스 등 다른 유로존 국가와 국제 사회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 국가들이 더욱 강한 긴축을 이행해야 한다는 데도 동감했다. 독일 잡지 슈테른(Stern)지가 지난 5일 발표한 설문에선 조사대상의 62%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그리스 등에 계속해서 긴축정책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새로 집권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성장 정책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경제전략연구소(ESI)의 클라이드 프레스토비츠 소장과 프랑스 크레디트커머셜의 회계책임자 존 프라우트는 CNN과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부작용이 큰 만큼 독일이 자발적으로 유로존을 탈퇴해 자체 마르크화를 발행하는 것이 더 낫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