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살인 사건' 당시 납치된 20대 여성 피해자의 112 신고에 안이하게 대처해 비난을 받았던 수원 중부경찰서가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파출소 관내에서 접수된 30대 여성의 가정폭력 112 신고에 부실하게 대응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신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고 사실이 없다"는 가해자 발뺌만 듣고 현장에 출동하지도 않았다.
수원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0시 34분쯤 수원시 팔달구 지동 한 다세대 주택에서 A(31)씨가 동거남인 최모(34)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112에 신고했다. A씨는 "귀가가 늦었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로 온몸을 맞았으니 경찰관을 보내달라"며 주소를 알려줬다.
경기경찰청 112 신고센터는 다른 사건 처리를 맡고 있던 관할 동부파출소 순찰차 대신 인접한 행궁파출소 순찰차에 지령을 내렸다. 지령을 접수한 행궁파출소 서모 경위와 진모 순경은 현장으로 출동하면서 정확한 내용과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A씨가 신고한 집 전화로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동거남 최씨가 "신고한 사실이 없다"고 대답하자 오인 신고로 판단하고 출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최씨는 "오원춘이 어떻게 사람을 죽였는지 알지 않느냐"며 이틀 동안 감금한 채 계속 폭행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21일 오후 1시 15분쯤 A씨 어머니가 "딸이 112 신고를 했는데 경찰관이 출동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추가로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어머니 신고를 받고 뒤늦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119 구급차로 A씨를 병원에 후송했고, A씨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45분쯤 출두한 최씨를 입건해 감금과 폭행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수원중부서는 현재 이 사건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1일 발생한 오원춘 사건 현장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으로 동부파출소 관할이었다. 당시 수원중부서는 112 신고에 미흡하게 대처했다는 이유로 서장·형사과장·형사계장이 직위해제되고 정보보안과장·강력팀장·동부파출소 팀장 등이 징계에 회부됐다. 수원중부서는 오원춘 사건에 이어 지난 4월 27일에는 "아내가 내연남에게 납치돼 있는 것 같다"는 남편 신고를 받고 내연남 아파트까지 방문했으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바람에 하루 만에 내연 관계로 알려진 남녀가 집안에서 동반자살로 추정되는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