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통합진보당의 현주소를 명백히 드러낸 날이었다. 신(新)당권파와 구(舊)당권파는 도저히 같은 당의 당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날 하루 동안 대표후보 토론, 최고위원후보 토론,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 등 3번 맞붙었다.

온종일 싸운 결과는 "같은 한국말을 쓰는데 이렇게 말이 안 통할 수 있느냐"(신당권파 측 이홍우 최고위원 후보)는 것이었다.

이날 저녁 서울 관악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대표·최고위원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사람은 취재진까지 합쳐 60여명에 불과했다. 일반 당원은 20여명밖에 안 됐다.

◇"종북(從北) 청산" vs "지금 이대로"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맞선 지점은 역시 종북(從北) 문제였다. 강기갑 대표 후보는 "(종북 문제로 인해) 우리가 (새누리당 등에)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며 "새롭게 정리를 해서 국민 앞에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석기 의원이 종북의 불길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도 했다.

신당권파 측의 이정미 최고위원 후보는 "북한의 (3대) 권력승계는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 북한 인권과 핵 문제도 해법을 내놓는 게 정치인의 과제"라고 했다.

반면 구당권파 측은 종북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보수세력의 '색깔론'에 말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의 대북관을 바꿀 필요도 없다고 했다. 강병기 대표후보는 "당내에 주사파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주사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뉘앙스였다. 강 후보는 "남북대결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굳이 이걸 쟁점화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그들(구당권파)은 자꾸 왜곡된 보수언론과 집권여당에 의해 여론이 호도됐다고 주장하는데 참으로 답답한 소리"라며 "지금 우리 당은 사면초가도 아니고 팔면초가 상태"라고 했다.

◇한미동맹 놓고도 근본 차이

구당권파 측 유선희 후보는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우리나라를 군사기지화하고 있다"며 "강령 재검토 얘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혜선 후보도 "강령을 지켜내는 것이 진보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반면 신당권파 측의 천호선 최고위원 후보는 "(우리 사회를) 전면적 (미)제국주의 지배사회라고 전제하는 (주사파 측) 시각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진보당 강령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종속적 한미동맹체제를 해체'한다고 돼 있다.

◇강기갑 "(경기동부는) 내장 속의 이쑤시개"

강 위원장은 "강병기 후보는 좋은 후배인데 경기동부의 강력한 의견을 무시하거나 뛰어넘을 수 없는 입장인 것 같다. 왜 그렇게 사족을 못 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경기동부에 대해 "내장 안의 이쑤시개 같다"며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당이 다 무너지게 생겼다"고 했다. 그는 "(이석기·김재연) 두 사람을 위해 정파를 죽이고, 정파를 위해 당을 죽이고, 당이 국민 머리맡에 앉아 국민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구당권파 측은 여전히 '당원'을 앞세웠다. 유선희 후보는 "(구당권파는) 당원 중심의 민주적 의결 구조로 당을 운영해왔다. 당원 중심 구조를 강화할수록 패권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우리 훌륭한 당원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 달라"고도 했다.

신당권파 천호선 후보는 지난 5월 벌어진 중앙위 폭력사태에 대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보도를 보고 (보수언론의) 프레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구당권파 측은 "폭력사태라는 단어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신당권파) 심상정 의원이 (폭력을) 유발했다"고 했다.

▲22일자 A5면 '강기갑, 경기동부 내장안의 이쑤시개 같다' 기사와 관련, 강기갑 통합진보당 비대위원장은 "'내장 안의 이쑤시개'라는 표현은 특정 정파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진보당 내의 패권적 정파성을 지적한 것이었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