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부산의 한진중공업' 하면 작년 309일 동안 이어졌던 고공(高空) 크레인 농성과 5차례나 야당과 좌파단체들이 버스 수백대를 동원해 몰려갔던 '희망버스' 시위를 금세 떠올린다. 그때마다 한진중공업 일대는 교통이 마비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인근 영세 상점들은 영업을 하기도 힘들었다. 그 한진중공업 노조가 지난 20일 부산 시내에서 앞으론 파업과 투쟁은 하지 않겠으니 회사 회생을 지원해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 노조는 지난해 파업을 주도한 민주노총 산하 한진중공업지회와 다른 노선을 걷겠다며 올 1월 새로 발족한 노조다. 처음엔 조합원 17명으로 출발한 이 노조는 지금 전체 704명 가운데 567명이 가입한 한진중공업의 대표 노조가 됐다.

한진중공업은 작년 7월 3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선사와 중형 컨테이너선 4척을 2억5000만달러(2875억원)에 건조하는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그러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공중 크레인 농성을 이어가고, 정동영(당시 민주당)·이정희(민노당) 등 야당 정치인들은 전문 시위꾼들과 함께 '희망버스' 시위를 계속했다. 그러자 컨테이너선 건조를 주문했던 아시아 선사 측은 납기일을 맞추기 힘들 것이라며 계약을 깨고 말았다.

한진중공업 파업은 작년 11월 회사 측이 정리해고자 94명 복직과 생계비 지급 등 노조 요구 대부분을 받아들이면서 일단 끝났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경영 상황은 조선업계 불황까지 겹쳐 여전히 어둡다. 영도조선소는 현재 소형 군함 몇 척을 건조하는 것 말고는 일거리가 없다. 2008년 2조107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이 올해는 163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노조원 중 500명은 순환 휴직에 들어가 집에서 노는 신세가 됐다.

크레인 농성의 주인공은 여전히 전국을 돌며 농성 당시의 무용담(武勇談)을 자랑하고 독일에 건너가 순회강연까지 했다. 희망버스 시위 때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시위 현장에 들락거리며 노조원 위하는 것처럼 했던 정치인 가운데 지금 한진중공업 노조원들 형편에 관심이라도 나타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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