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문화 거리인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가운데 도로 600여m를 따라 길 양쪽에 40㎝ 높이 돌방석 120여개가 줄줄이 놓여 있다. 10m에 1개꼴이다. 지난 2000년 서울시와 종로구가 39억원을 들여 '인사동 역사문화탐방로'를 건립하는 과정에서 돌방석을 세웠다. 1개당 수십여만원에 이르는 공사비가 들어갔고, 이를 고안한 사람은 건축가이자 전 국회의원 김진애씨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고 불법 주차를 막자는 목적과 더불어 휴식 의자 역할도 감안했으며, 나름 시(詩)를 새기거나 꽃을 놓을 수 있게 한쪽이 움푹 파이는 등 갖가지 형상을 구현했다.
그런데 이 돌방석은 인사동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만들 때부터 '우악스럽다' '서울에서 가장 큰 재떨이'라는 등 비판이 잇따랐는데 10년이 넘은 지금, 이 돌방석들은 그동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기저기 손상이 가 있으며, "불편하고 보기 싫다"는 행인과 상인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견디다 못한 종로구가 지난해 5월 돌방석 50여개를 인사동 홍보관 가는 길과 인사동 입구 '인사문화마당', 종로구 숭인동 동묘로 치우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불평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지난 11일 오전 인사동 거리를 찾은 외국인들은 뭘 위해 돌방석을 만든 건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에서 왔다는 미타니 유키(여·26)씨는 "잠깐 쉬려는데 의자 위에 껌이 붙어있고 침을 뱉어놓은 곳도 있었다"며 "다른 깨끗한 벤치를 찾아 헤매야 했다"고 말했다. 미타니씨는 결국 벤치를 못 찾고 그나마 깨끗한 돌방석을 찾아 손수건을 깔고 앉았다. 그래도 그 돌방석 밑부분에는 오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미국인 존 콜린(32)씨는 "몇 달 전 여자친구랑 같이 왔는데 길을 걷다가 돌방석에 부딪혀 다리에 멍이 든 적도 있다"고 했다. 돌방석 폭은 30~50㎝에 달하는데, 인사동길 중 좁은 곳은 폭이 1m에 불과한 구간도 있다. 그늘이 지는 곳에 있는 돌방석 위에는 노숙자가 드러누워 버티는 곳도 적지 않았다. 인사동 거리 상점 중 돌방석을 대걸레 건조용으로 쓰는 곳도 눈에 띄었다. 오전 내내 대걸레를 가게 앞 돌방석에 둔 채 거둬가지 않던 한 기념품가게 주인은 "잠깐 두는 건데 뭐 어떠냐"고 했다. 인사동에서 7년째 노점상을 하는 김모(여·41)씨는 "돌방석과 가판대 사이 거리가 좁아서 주말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돌방석을 피하느라 자꾸 가판대와 부딪힌다"고 했다.
인사동길 방문객은 평일 3만~4만명, 휴일 8만~9만명. 이들에게는 돌방석이 흉물이나 장애물 이상은 아닌 게 현실이다. 돌방석은 현재 종로구에서 인사동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용역사에 돌보도록 맡겼지만 구에서 단지 가욋일로 부탁한 것일 뿐이어서 돌방석 상태를 책임지는 부서는 없다. 종로구 관계자는 "돌방석이 벤치뿐 아니라 인도와 차도를 가르는 표지석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면서 "통행 민원 때문에 50여개를 제거했고, 미관을 위해 돌방석 옆 물 화단에 꽃을 심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세척하고 있는데 오래돼서 그런지 찌든 때가 잘 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