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전남 나주에서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20대 몽골 여성이 주폭 남편을 피해 가출한 자신의 동포 친구를 구해 주려다가 목숨을 잃는 사건도 발생했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한국에 건너온 강체첵(당시 26세)은 지난 2009년 3월 나주의 한적한 마을로 시집온 뒤 시부모와 남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같은 고향에서 자라나 9개월 뒤 한국 땅을 밟은 이주여성 A씨의 사정은 달랐다.

A씨는 미등록 국제결혼중개업소를 통해 전남 영암의 한 동네로 시집왔다. 강체첵은 고향 후배가 가까운 곳으로 시집온 사실에 기뻐했지만, 얼마 안 돼 근심이 늘었다.

A씨의 남편 양모(35)씨가 날마다 만취해 말도 통하지 않는 아내에게 주먹을 휘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남편의 주먹을 피해 강체첵의 집으로 도망왔다.

집 나간 아내의 행적을 쫓던 양씨는 강체첵의 집까지 찾아와 "무조건 아내를 돌려달라"며 행패를 부렸다. 이미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강체첵은 서투른 한국말로 "술에서 깨면 (아내를) 데리고 가라. 제발 때리지 마라"고 외쳤다. 이에 흥분한 양씨는 식탁에 있던 칼로 강체첵을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법원은 양씨에 대해 징역 17년형을 선고하면서 "피해자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0년 몽골 이주 여성을 돕기 위한 주한몽골이주여성회가 결성되고, 이주 여성의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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