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 중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일파만파다. 교육법 시행령 51조2항이 신설되면 강원도 학교의 과반수가 사라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문순 도지사와 민병희 교육감은 13일 보기 드물게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본 때문인 것 같다. 최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도청과 교육청이 공동작성한 회견문을 직접 수정해 낭독하기도 했다.
◇도지사의 원고 수정
시행령 51조2항의 내용을 쉽게 설명하면 '학생수(20명 이상)'나 '학급수(초중교 6학급, 고교 9학급 이상)'가 일정 기준 이하일 경우 통폐합을 권고한다는 것이다. 교육청 분석에서는 강원도 학교 중 55.4%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최 지사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면서 한 첫 마디는 "재야단체가 됐다"였다. 우선 민 교육감이 회견문 전반부를 낭독했다.
주요 내용은 ▲시행령 개정에 깊은 우려 ▲강원교육의 위기 ▲학교는 삶의 최소한의 터전 ▲예상되는 교과부의 행재정적 압력 등이다.
최 지사가 낭독한 후반부는 ▲인구감소로 연결 ▲기업유치에 악영향 ▲개정시도 즉각 중단 ▲전 강원도민과 저지투쟁 등이었다.
"귀농귀촌에 악영향을 준다" "학교가 없는 곳에 누가 살러 오겠는가" "강원도 전체의 문제" 등은 당초 원고에 없었지만 최 지사가 회견 직전에 직접 추가했다.
◇"상식적이지 않다"
질문이 이어졌다.
―교과부는 개정안을 시행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교육감 "물론 학급과 학교수는 교육감이 정한다. 교과부도 강원도 교육청이 시행령 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굳이 왜 51조2항을 만들려 하는가. 자가당착이다. 설령 개정안이 확정돼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교과부는 채찍과 당근을 같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통폐합하면 10억원 주고, 안 따르면 행재정적 불이익을 받는다. 현실적으로 법령을 따르지 않으면 제재가 들어온다. 개정안을 막아내야 한다. 그리고 개정하지 않아도 강원도 학교의 38%가 통폐합 대상이다."
―채찍과 당근은 무엇인가.
교육감 "예산을 후하게 편성해주고, 각종 평가에 반영된다"
―지금 학교통폐합은 어떤 기준으로 하고 있나.
교육감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핵심은 구성원들, 즉 학부모,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통폐합을 원했을 경우이다.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학생이 단 1명이라도 있으면, 그리고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통폐합하지 않는다."
―시행령 개정은 교육 자치 침해인가.
도지사 "자치권 침해라고 보고 있다."
―공동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도지사 "학교 통폐합은 귀농귀촌, 기업유치 등등 강원도 정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귀농하려는 사람, 회사를 옮기려는 기업인들은 강원도에 와서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교과부 생각대로 되면 정선 태백에는 학교가 2개밖에 안 남는다. 강원도와 교육청에 맡겨야 한다."
―교과부가 강행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교육감 "상식적으로 학교 55.4%가 사라지는 법령을 이렇게 급작스럽게 만들 수 있나. 실무자들도 다 반대한 것으로 안다. 그래서 입법예고를 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밀어붙이기 식이다. 교과부도 곤욕스러워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교육감 "14일 울산에서 전국 교육감 회의가 있다. 강원도가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8개 도 교육청에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