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재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은 13일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은 보고받지 않아 불법 사찰이 진행된 사실과 그 뒤 증거 인멸이 벌어진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검찰은 모든 불법 사찰 결과가 실무자를 통해 이영호 전 비서관이나 박영준 전 차장에게 올라갔다고 했다.

검찰이 확보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업무추진 지휘 체계'라는 문건에는 'VIP(대통령을 의미)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BH(청와대를 의미) 비선→VIP 또는 대통령실장으로 한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불법 사찰 내용을 보고하는 비밀 라인이 있었다는 말이다. 이 문건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을 'VIP께 절대 충성하는 친위조직' 'VIP께 일심(一心)으로 충성할 비선'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박 전 차장과 이영호 전 비서관 외에 불법 사찰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0년 불법 사찰 사건 1차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 인멸을 문제 삼지 않기로 검찰과 말을 맞췄고,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들에게 불법 사찰의 증거를 없애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가 줄을 이어 터져나왔다. 폭로자인 장진수 전 공직윤리관실 주무관은 "1차 수사가 끝나고 재판을 받을 때는 총리실 간부가 '민정수석실 장석명 비서관이 주는 돈'이라며 내게 5000만원을 전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민정수석실은 불법 사찰이 벌어졌다거나 그 뒤 증거 인멸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장진수씨가 1차 수사에서 증거 인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신분으로 공무원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의 증거 인멸 개입 사실을 증언한 이후에도 민정수석실은 그런 증언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었다는 것이다. 불법 사찰 사건은 당시 정치·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고, 총리실 직원은 민정수석실 개입 사실을 증언했고, 언론들은 청와대가 관련됐다고 매일 보도하고 있었는데도 민정수석실은 깜깜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민정수석실엔 귀 달린 사람도, 눈 터진 사람도, 입 가진 사람도 없었다는 말인가.

이번 사건은 총리실 부속 기관이 사법부 대표인 대법원장까지 뒷조사를 했던 국기(國紀) 문란 사건이다. 그런데도 검찰의 1차 수사는 국민에게 낙제점을 받았다. 90일간의 2차 수사도 국민 불신만 키웠다. 이런 검찰이 지키는 나라가 안전할 수 있을까.

[사설] 反美 촛불에 맞선 한 명의 義人도 없던 10년 전 대한민국
[사설] 더 이상 '술 핑계'가 통하지 않는 사회로 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