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0~4세 영·유아 21만5000명에게 정부·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육비 예산이 오는 10월쯤 바닥나 지원이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필요한 보육 예산은 한 달 평균 660억원, 연간 8000억원이다. 하지만 확보된 예산은 국비 1800억원, 서울시 예산 2520억원, 자치구 예산 1170억원으로 합계 5500억원밖에 안 되는 것이다. 다른 지역도 비슷해 대전시는 9월, 광주시는 10월쯤 예산이 바닥날 전망이다.

문제는 여야 정치권이 예산 확보를 도외시하고 작년 12월 31일 0~2세 보육비 지원을 '소득 하위 70%까지'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빚어졌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서로 절반 정도씩(서울시는 지자체 80%, 중앙정부 20%) 보육비 지원을 분담해왔다. 그런데 국회가 지자체들과 아무 상의 없이 덜컥 보육비 지원 대상을 늘려버리자, 이미 예산을 확정한 상태였던 지자체들은 자기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3280억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고 손을 들고 말았다.

실제 부산·인천·광주·대전·울산·충남·충북·강원·경북 등 광역지자체들은 보육비 추가 부담액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로 추가경정 예산안을 시·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 상태로 가면 올가을쯤 전국에서 보육 대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보육 복지는 출산율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에 직접적 인과 관계를 맺고 있는 복지 정책의 핵심이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사안에서 예산 조달 방안은 검토해보지도 않고 복지 대상 확대만 발표한 것은 무책임하고 무사려(無思慮)한 처사다.

보육 예산은 2002년만 해도 4300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10년 만에 13배인 5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국가 부도 사태 앞에서 국민들이 재산 도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그리스나, 지자체들이 선심 경쟁을 벌이다 국가 경제가 두 손을 번쩍 들어버린 스페인 사태도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만든 것이다.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오로지 표(票)만 의식해 예산 확보 여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누가 더 통 큰 복지를 하느냐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위험천만한 짓이다. 국회의원들은 이렇게 엉터리로 일을 하면서 무슨 배짱으로 매달 120만원씩 평생 연금을 받겠다고 하는 것인가.

[사설] 대선 주자들 '평양行 유행'이 北 협박 불렀다
[사설] '다문화 장병' 자랑스럽게 복무하도록 받쳐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