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도 넘은 옛이야기가 최근 자주 거론되고 있다. 1950년대 미국 역사의 오점 가운데 하나인 ‘매카시즘(McCarthyism)’이다.

매카시즘은 위스콘신주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의 주장에서 비롯된 ‘빨갱이 사냥’이다. 매카시는 1950년 2월 국무부 내에 공산당원 205명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을 ‘적색공포’에 빠뜨렸다.

당시 정계는 물론 미국 각계각층의 화두는 '좌익척결'이었다. 몸조심, 입조심하는 게 그 시절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좌익이든 아니든 한번 빨간점이 찍히면 그것으로 끝이었기 때문이다.

급진주의와 좌파를 몰아친 매카시즘의 반대급부는 보수세력의 결집이었다.

그 덕에 1952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후보는 민주당 아들라이 스티븐슨 후보에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공화당으로서는 20년만에 맛본 감격적인 승리였다. 공화당은 대공황 여파로 도탄에 빠져있던 1932년 민주당 프랭클린 루즈벨스에 정권을 내준 이후 백악관을 차지하지 못했었다.

공화당은 1952년 대선과 동시에 실시된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도 모두 이겼다. 특히 하원에선 199 대 235로 열세였던 의석수를 221 대 213으로 대역전시켰다.

매카시즘이 놀라운 힘을 발휘했던 것은 한국전쟁, 소련의 핵보유, 동유럽과 중국을 장악한 공산세력의 팽창 등과 같은 국제정세 덕이었다.

아무튼 빨갱이 공포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던 매카시즘은 그 자체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매카시즘은 1954년 CBS의 프로그램 ‘시 잇 나우(See It Now)’의 추적보도와 상원 청문회를 통해 실체가 없는 허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매카시즘은 진정한 반공주의가 아니라 반공을 빙자한 정치공작이었던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매카시즘 공방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19대 국회가 시작됐음에도 여야는 원(院) 구성조차 하지 못한 채 색깔논쟁에 힘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을 향해 연일 공세를 취하고 있다. 탈북자를 변절자로 지칭한 임수경 의원과 북한인권을 논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라고 말한 이해찬 당대표 후보가 주요 타겟이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종북주의는 잠시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이해찬 당대표 후보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은 새누리당을 겨냥해 ‘신매카시즘’을 선동하고 있다고 반격하고 있다. 이 후보는 특히 매카시즘 조장에 보수언론이 합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야간 공방의 핵심은 매카시즘이 아니다.

야당에선 여당의 공세를 뭉뚱그려 ‘매카시즘’이라고 규정하며 역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이는 맞는 표현이 아니다. 매카시가 했듯이 반공을 빙자한 허위사실 유포, 거짓 정치공작, 누명 씌우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여야의 공방은 공개적으로 표출된 발언과 행동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다. 매카시즘 개념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민들도 어떤 대목이 문제인지 느끼고 있다.

새누리당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매카시즘이 아니라 아픈 곳을 찌르는 정치적 공세다. 오히려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의 공세를 매카시즘적 선동으로 몰아부치는 그 자체가 매카시즘적 발상이다.

이번 싸움엔 물론 전략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여권은 보수세력 단합을, 야당은 야당대로 ‘매카시즘’이란 자극적 개념까지 거론하며 총선 이후 흐트러진 야권세력 결집을 노리고 있다.

서로 뻔히 아는 '선수'끼리 정쟁을 벌이면서 50년전 매카시즘까지 논하는 것은 속보이는 짓이다.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의 공세를 진정 ‘매카시즘’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입으로만 대응하고 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시사어퍼컷=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