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ECB는 유럽 지도자들의 정책 공백을 메우는 기구가 아니다며 추가로 유럽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의회에서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 위원장으로 참석해 "ECB는 각국 정부의 부족한 정책이나 구조적 문제를 대신해주는 기관은 아니다"며 "유럽 각국은 유로존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3차 장기대출(LTRO) 실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유동성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에 위기가 커지고 있고, 자본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11월과 같은 수준의 프로그램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기는 "유럽 지도자들은 유로화와 재정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빨리 내놔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몇몇 국가들이 국가 주권(sovereignty)을 내놔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스페인 금융권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제기된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자금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했다. 드라기는 "ESM을 활용해 은행권에 많은 자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보다는 정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원할 수 있는지가 더 큰 이슈"라고 말했다.

은행연합(banking union) 도입도 찬성했다. 그는 "유럽 내 은행권에 대해 유럽 각국이 공동으로 은행을 지원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국가가 참여하는지와 상관없이 재정 통합을 향한 첫 번째 발걸음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는 스페인의 부실은행 방키아 처리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페인 정부는 방키아 문제를 직면했을 때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대책을 내놓을 때 마다 문제의 심각성을 저평가했고, 이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며 "각국은 차라리 처음부터 부실 규모를 크게 잡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유로존 각국에서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불 능력이 있는 은행들을 통해 뱅크런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EU는 예금자 보호 펀드를 만들어 예금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