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30일 부산대 강연에서 복지·정의·평화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말했다. 진보좌파 정파(政派) 대선 주자가 소화해야 할 필수 메뉴를 모두 건드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저를 통해 분출된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면 누구의 입을 통하지 않고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일으킬 수 있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면 설령 정치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던 지난 3월 말 서울대 강연 발언보다 한참 더 안갯속으로 뒷걸음치며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말이다.

안 교수는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이 보편적인 인권이나 평화 문제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면서 "진보 정당이라면 인권·평화 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시해야 하는데, 이런 잣대가 북한에 대해서만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 문제가 건강하지 못한 이념 문제로 확산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주사파(主思派) 계열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의 종북(從北)주의 논란에 대해 양비론적 입장을 취한 것이다.

안 교수 입장에서 진보당은 함께 공동 정부를 꾸리게 될 수도 있는 잠재적 파트너다.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민주당과의 연대는 정해진 수순이며, 그 민주당은 진보당과 총선에 이어 대선 때도 연대를 이어가기로 약속한 사이다. 그렇다면 안 교수는 진보당의 대북(對北) 노선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말할 처지가 아니다. 종북 노선의 진보당이 국가 운영의 한 축이 돼도 문제가 없는지,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진보당과의 관계를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분명한 정치적 입장과 태도를 밝혔어야 한다.

안 교수가 야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대선주자로 떠오른 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그리고 대선은 이제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안 교수는 여전히 자신의 말이라면 무조건 박수치고 열광하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입맛에 맞는 질문에만 답하며 캠퍼스를 돌아다니고 있다. 안 교수가 정말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생각이 있다면, 국가 운영에 뒤따를 수밖에 없는 어렵고 복잡한 선택에 대해 당당하게 질문을 받고 답하는 무대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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