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민주통합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세종시·충북 대의원 투표에서 김한길 후보가 전체 792표 중 22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세종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해찬 후보는 158표를 얻는 데 그쳤고 전날까지 종합 6위였던 조정식 후보가 116표로 '깜짝 3위'에 올랐다. 김 후보는 "나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승리"라고 했는데, 당 안팎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왔다.
영남 경선에서 김두관 경남지사의 힘이 드러났다면 중부권과 수도권으로 올라갈수록 손학규 고문의 영향력이 발휘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전망이다. 지역 경선이 거듭될수록 이 후보를 지원하는 문재인 고문을 견제하기 위한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의 '문(文) 대 반(反)문' 구도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김한길, 이해찬 텃밭에서 승리
당초 각 후보 캠프에서는 이날 경선을 이 후보 '우세'로 전망하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충남 청양 출신인 이 후보가 압도적 1위를 했던 지난 충남·대전 경선에서처럼 충북에서도 '이해찬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후보의 승리는 손학규의 지원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고 했다. 우선 이시종 충북지사가 손 고문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또 이날 충북도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홍재형 국회부의장, 오제세 의원 등도 손 고문 쪽 사람으로 꼽힌다. 당 관계자는 "손 고문은 2009~2010년 춘천 칩거 시절부터 충북 쪽에 자주 다니며 지역 당원들과 깊이 접촉해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손 고문계로 분류되는 조정식 후보가 3위를 한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해찬 후보조차 이날 연설에서 "손학규는 좋은 동지, 좋은 대선 후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손 고문 측은 그러나 "우리가 '오더'를 내린 것은 없다"며 "다만 대의원들이 누가 당 대표가 되는 게 공정한 대선 경선에 도움이 될지를 판단한 결과 아니겠느냐"고 했다. 당내에서는 앞으로 남은 수도권 등에서 손 고문의 영향력이 더 크게 발휘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경기·인천 등은 손 대표의 강세지역이고, 강원 역시 만만치 않은 지지세를 갖고 있다"고 했다.
현재 당 대표 경선 누적 득표수는 이해찬 후보가 1755표로 1위이지만 김 후보(1742표)와의 표차는 13표에 불과하다.
◇손학규 '영남 후보론' 비판
손 고문은 최근 "부산·경남 표만 갖고는 박근혜 전 대표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이날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역구도를 중심으로 선거를 보는 것은 과학적이거나 객관적이지 않다"고 했다.
손 고문은 "이번 대선에서는 지역 구도보다는 과연 누가 우리 국민들을 제대로 먹여 살려 줄 것인가, 누가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인가, 누가 나라를 안정되게 끌고 갈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이 결국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길게는 수도권 중간층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했다. 당내 일각의 '영남 대선 후보론'에 맞서 '수도권 후보론'을 내세운 것이다.
그는 "정치인들이 사전에 구도를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국민과 당원이 '우리 여기 있다' 하고 나서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그런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박 연대와 그 뒤의 문 고문을 간접 비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