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 어린이가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오는 31일로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가 막을 올린 지 꼭 10년이 된다. 2002월드컵에서 한국은 사상 첫 본선 승리와 더불어 4강 신화를 이뤘다. 2002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세계적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된 것은 물론 우리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이정표로 자리매김했다.

월드컵의 긍정학

2002월드컵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한국 축구의 인프라가 풍성해졌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축구는 예산, 선수, 팀 등이 늘어나면서 양적으로 팽창했다. 지난 2002년 1만7070명이었던 축구협회 등록 선수는 2012년 현재 2만4023명으로 증가했다. 또 월드컵 유치 당시 통계조차 없었던 유소년 클럽에서 활동하는 꿈나무가 2만여명, 생활체육으로 축구를 즐기는 동호인이 전국에 21만명이나 된다. 축구협회는 초·중·고생들의 평일 수업 참여 유도를 위해 2009년부터 초·중·고 주말 리그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의 축구 시스템과 비교하면 열악한 상황이다. 윤정환 J리그 사간도스 감독은 "일본은 유소년 선수가 70만명이나 된다"며 "등록선수가 650만명에 이르는 독일 등 축구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한국 축구의 저변은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2002월드컵 이후 10개 구단이 참여했던 프로축구 K리그도 지역을 연고로 한 경남·인천·대구·강원·상주·광주에 팀이 생겨나면서 16개 구단 체제로 탈바꿈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리그 승강제가 시행된다. 유망 선수들의 유럽리그 진출도 활성화됐다. 월드컵 이후 박지성(맨유) 이영표(밴쿠버)의 네덜란드 진출을 시작으로 기성용(셀틱), 이청용(볼턴), 지동원(선덜랜드), 손흥민(함부르크),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1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2002월드컵을 보고 대표팀을 꿈꿨던 '월드컵 키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달성도 해외파들의 힘이 컸다. 2002년 월드컵 직후 실시한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유학 프로그램도 긍정적이다. 우수선수 발굴과 선진 축구 경험을 목표로 한 프로그램에 지동원, 손흥민 등 29명이 다녀왔으며 현재 팀의 주축선수들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우수선수 유학 프로그램은 2009년 폐지됐다.

월드컵이 남긴 아쉬움

한국축구가 월드컵 이후 아직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K리그의 흥행 부진만 해도 그렇다. K리그는 프로야구의 열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에 익숙해진 축구팬들은 K리그를 외면했다.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프로축구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5839명이었지만 올 리그 평균 관중은 8067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실제 관중수로 집계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축구장에 팬들을 끌어모으려면 재미있는 축구, 팬들을 위한 축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K리그 구단들이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 선수를 발굴해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인 축구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K리그 승부조작과 일부 선수들의 지나친 몸값 거품 등은 '월드컵 4강' 이후 한국 축구발전에 저해 요소로 등장했다. 또 축구협회의 국제외교 담당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중장기적인 축구발전을 위해 유소년과 청소년 선수를 제대로 육성할 양질의 지도자 배출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월드컵 당시 931명이었던 협회등록 지도자는 2012년 현재 1556명에 이를 정도로 양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교육의 질이 높아졌는지는 의문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월드컵 감독을 맡은 이후 유럽의 선진 시스템이 많이 도입됐지만 지원스태프의 전문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메디컬팀, 체력관리지원팀, 기술전술지원팀 등으로 전문화,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을용 강원 FC 스카우트는 "세계축구는 성장하는데 우린 월드컵 이후 정체된 느낌"이라며 "훈련 프로그램은 축구 선진국들과 비슷한데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는 리더십이 아쉽다"고 말했다.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도 숙제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2002월드컵 4강 달성은 '우리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며 "10년 후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우승 후보로 꼽힐 수 있도록 지금부터 장기적인 전략과 그에 따른 액션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