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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연구소 이야기

존 거트너 지음| 정향 옮김|살림비즈
488쪽|2만5000원


"내가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면 1947년 12월의 벨 연구소를 가장 먼저 들를 것이다."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했다. 1947년 12월은 벨 연구소가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해다. 벨 연구소는 트랜지스터를 비롯해 보유한 특허 숫자만 3만3000건, 노벨상 수상자도 13명을 배출하면서 20세기 인류의 물질문명을 바꿔놓은 대표적 아이디어 제조 공장. 광케이블, 위성통신기술, 디지털카메라 기술도 벨 연구소 작품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21세기를 살기 위해 20세기를 소상히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혁신의 원칙은 크게 바뀌지 않는 법. 저자는 방대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벨 연구소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로 독자를 안내한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이 설립한 AT&T의 공학부서로 출발, 1924년 12월 독립한 벨 연구소는 애당초 전화 관련 연구가 목적이었다. 당시 장거리 전화는 여전히 많은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초창기 과학자들은 전화기에 벨을 다는 것부터 전화 끊는 단추, 발신음과 '통화 중' 신호, 눈·비로부터 전화 케이블을 보호할 피복까지 만들어내느라 머리를 싸맸다.

벨 연구소를 20세기 후반까지 세계 최고의 연구소로 발전시킨 원동력은 초창기부터 이어진 '문 열고 연구하기' '특허권 양도' '연구성과 노트에 적어 공개하기' 등 공동연구 원칙에서 잘 드러난다. 누구든, 언제든 다른 사람의 연구과정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연구실 문은 늘 열어둬야 했다. 신입사원은 미래에 자신이 발명할 것에 대한 특허를 연구소에 양도한다는 서류에 서명해야 했고, '노트' 역시 공동연구 촉진제 역할을 했다. 각자 지급받은 200쪽짜리 노트에 실험내용과 미래를 위한 아이디어와 계획을 기록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에 놓아두면 다른 엔지니어나 연구원이 내용을 확인하고 '쓸 만하다' 싶으면 사인을 남겼다. 페이지는 뜯어낼 수 없고, 한 번 쓴 것은 지울 수도 없다. 연구소 내에서 일어난 모든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남게 됐고, 특허 출원의 기초가 됐다. 1942년에 문을 연 머레이힐 연구소의 길이 200m짜리 복도는,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디어의 스파크가 튀도록 기획된 무대장치였다.

저자는 "우리는 발명이 순식간에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발명가 혼자서 순간적으로 놀라운 깨달음을 얻어 '유레카'를 외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술적 도약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벨 연구소는 독불장군 천재들의 독점욕을 제도적으로 제어하면서 특허왕국을 건설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허왕국도 모기업인 AT&T의 부침, IT혁명 등 내·외부적 요인의 영향으로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상태. 보통 30~40년 앞을 바라보고 계획하던 벨 연구소로서는 불과 3~4년 사이에 수명을 다할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도 적응하기 어려운 변화였다.

그러나 저자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좋은 문제를 찾아라" "더 좋거나, 더 싸거나, 둘 다거나"를 강조한 벨 연구소 전통에서 오늘의 교훈을 찾아낸다. 좋은 문제를 제시하면 다양한 연구자들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 상품화 가능한 아이디어(발명)의 중요성을 강조한 벨 연구소의 정신이다.

'벨 연구소 이야기'가 20세기 산업사회 성장동력의 초상이라면, 21세기 정보화의 첨병 애플의 기업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인사이드애플'(청림출판사·본지 3월 24일자 위클리비즈 보도)을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