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원(약 1450만달러). 필리핀인 L(58)씨 일당이 2004년부터 250여 차례에 걸쳐 국내 필리핀 노동자들이 본국에 부쳐달라며 맡긴 돈을 달러로 불법 환전해서 밀반출한 액수다.
L씨 일당이 100억원대 이상을 밀반출하면서 쓴 수단은 '라면 봉지'였다. 이들은 필리핀 노동자들이 맡긴 돈을 100달러 지폐로 바꾼 뒤 30∼50장 단위로 묶어 라면 봉지에 넣었다. 라면 봉지의 가운데 부분만 뜯은 뒤 내용물은 그대로 두고 사이사이에 수표를 끼워넣은 뒤 투명테이프로 감쪽같이 다시 이어붙였다. L씨 일당은 이렇게 달러를 넣은 라면을 국내에 온 필리핀 여행객 등에게 10달러 안팎의 수고비를 주면서 '배달'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라면 속에 넣은 지폐가 외관상 쉽게 표나지 않을 뿐 아니라, 지폐 길이가 라면 내용물 길이와 비슷해 세관 엑스레이 검사에도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L씨는 1991년 필리핀에서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뒤 지금까지 불법 체류자로 한국에 머물렀다. L씨는 국내에 온 필리L씨는 M(29)씨 등 비슷한 처지의 필리핀인 중간모집책을 모아서 전국적으로 불법 송금 사업을 벌였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계좌 2개를 포함해 57개의 차명계좌를 사용해 입금을 받았다. 이 같은 L씨 등의 범죄는 필리핀 중간책이 내부 알력 끝에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발각됐다. 환차익까지 포함해 L씨가 그동안 얻은 부당이득은 13억5000만원가량에 이른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3일 L씨를 구속하고 M씨 등 중간 모집책 6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아직 검거되지 않은 운반책과 중간책 35명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행방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L씨의 계좌내역이나 거래 장부상엔 2004년부터 L씨가 밀반출업에 뛰어든 것으로 나오지만 이미 1993년경부터 불법 송금 사업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며 "드러나지 않은 사실까지 감안하면 불법 송금 규모가 3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핀 노동자들이 한 번에 목돈을 보내면서 은행 수수료 몇천원도 아까워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2만달러(2000만원) 초과 시 은행 송금수수료는 3만3000원이지만 L씨는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5000원만 받고 본국에 돈을 보내주겠다고 꼬드겼다.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불법 체류 노동자들에게도 접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