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에 990원."

분식집 라면 가격이 아니다. 김밥 가격도 아니다. 보통 4000~5000원 하는 짜장면 값이다.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에 위치한 '사천왕짬뽕'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짜장면을 판다. '착한 가격' 음식점이다.

21일 저녁 6시 30분쯤 들른 사천왕짬뽕은 손님들로 바글바글했다. 주방 포함해 18평 크기의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은 4인용 테이블 12개를 학생들과 어르신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벽에는 '짜장면 990원, 짬뽕 2990원, 탕수육 5990원'이라는 메뉴판과 함께 '부가세 10원만 받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혀있다. 원가가 얼마이길래 이 값에 팔 수 있을까.

사천왕짬뽕 이찬 사장(왼쪽)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일산에서 중국음식점을 13년 했다는 이 가게 이찬(36) 사장은 "사실 원가는 계산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고 했고, 홀에서 서빙하는 종업원은 "짜장면 1000원은 도저히 원가도 안 나오는 가격"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그래도 월 400만~500만원 정도는 번다"고 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4월 3000원에 팔던 짜장면을 990원으로 전격적으로 내리고 짬뽕은 4000원→2990원, 탕수육은 9000원→5990원으로 인하했다. 음식 양과 맛은 그대로 유지했다. 990원 짜장면 소문은 인근 파주는 물론이고 서울까지 삽시간에 퍼졌고, 사람들이 몰렸다. 경기가 나빠졌는데도 매출은 오히려 30% 늘었고, 재료를 대량으로 들여오며 원가가 절감돼 수지가 맞았다고 한다.

그는 "평일은 짜장면 300그릇에 짬뽕 500그릇, 주말에는 짜장면 500그릇에 짬뽕 800~1000그릇을 판다"며 "일이 많아 고생스럽지만 한가한 것보다 낫지 않으냐"고 했다.

990원 짜장이 인기를 끌자 바로 옆의 중국집도 올해 초 짜장면을 1000원으로 내렸다.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는 인근 중국집들도 짜장면 값을 500원 정도 내려 2500~3000원에 맞춰야 했다. 사천왕짬뽕은 '경기도 착한가격업소 베스트 10'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장은 "앞으로도 짜장면값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짜장면이 워낙 싸니까 손님들이 다른 요리도 시키기 때문에 충분히 보전이 된다는 것이다. "조만간 파주 교하에 분점을 낼 계획입니다. 조금만 더 뛰면 장가도 갈 수 있겠는데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