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름, 영국 웨스트엔드는 다섯 살 소녀에게 흠뻑 빠져 있다.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조숙한 꼬마는 "책 읽으면 장님된다"며 TV시청을 강요하는 아빠에게 시달린다. 교장은 "애들은 구더기"라며 운동장으로 집어던진다. 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 '마틸다'에서 반짝이던 그 소녀 마틸다가 공연계 역사를 새로 썼다.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가 제작해 지난해 11월 초연한 뮤지컬 '마틸다'는 지난달 공연계 최고 권위의 로렌스 올리비에상 시상식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사상 최다 수상작이다.

'고작 어린이 뮤지컬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지난 1일 찾아간 '마틸다'의 공연장 캠브리지극장은 성인 관객이 더 많았다. 원작의 삽화를 수채 물감으로 풀어놓은 듯한 무대가 마음을 먼저 사로잡는다. 알파벳이 새겨진 노랑·파랑 블록이 무대 삼면을 두르고 천장까지 둘러쌌다. 주인공 마틸다는 물론 아역 앙상블의 깜찍한 연기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교장인 미스 트룬치불을 연기한 버티 카벨(올리비에 남우주연상)은 간밤의 악몽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사악한 교장을 완전무결하게 보여준다. 2시간 30분 동안 쉬지 않고 터지는 유머도 놀랍다. 객석에서는 깔깔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2층에서 영상이 발사되고, 천장에서 노란 꽃종이가 떨어지며 극장 전체가 꿈의 공간으로 바뀐다.

평단의 반응은 개막 직후부터 뜨거웠다. "마감 시간이 닥쳤는데도 극장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더타임스) "이 작품을 안 보면 멍청이(nitwit)"(가디언) 등의 격찬을 받았다. 찬사는 바다 건너에서도 날아왔다. 뉴욕타임스는 "마틸다가 있는 한, 상상의 힘으로 세상을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고 평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내년 3월 공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