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간절한 마음은 다 통한다고 생각해요. 언어가 다른 외국 공연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종교는 달라도 음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이 이어지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천주교의 '심장'인 서울 명동성당에서 비구니 스님이 노래를 부른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오는 27일 명동성당 무대에 오르는 불교 성악가 정율(廷律·사진) 스님. 18일 음향 점검을 위해 리허설을 가진 명동성당 안은 스님이 부르는 찬불가 '향심(向心)'과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 음률로 가득 찼다. 기도를 하러 들른 천주교 신자도, 지나던 관광객도 모두 스님의 목소리에 이끌려 자리에 앉고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숨을 죽였다. 한 곡 한 곡 마칠 때마다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사진작가 이우석 제공

정율 스님은 5년간 하와이에서 뉴욕까지 미국 전역을 오가며 성당·사찰·공연장 등에서 150여회 공연을 가진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 성악가 스님이다. 1988년 예비 스님인 사미니 때 처음 무대에 선 뒤 1000여 회의 크고 작은 공연에 참여했다.

"함께 노래 공연을 해온 수녀님으로부터 작년 말 크리스마스 이브 때 '명동성당에서 공연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땐 여러 사정이 겹쳐 못하게 돼 아쉬웠는데, 이번에 다시 초대를 받았네요."

정율 스님은 천주교·원불교 수도자와도 함께 자주 공연을 가졌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님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교리와 언어의 틀에 갇혀 벽을 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1주일 동안에도 경기도 양평, 전남 곡성, 서울 동국대 등에서 네 차례의 공연이 잡혀 있지만 27일 명동성당 공연을 강행하는 것도 그래서다.

스님은 "내게는 노래와 수행이 둘이 아니다. 수행이 곧 노래이고 노래가 곧 수행"이라며 "특히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는 16박자, 20박자씩 숨 쉬지 않고 계속 소리를 내야 하는 대목이 많은데, 수행자로서 늘 호흡을 놓지 않고 다루는 훈련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노래할 때는 참선 삼매(三昧)에 빠져들 듯 무아지경이 될 때가 많아요. 그렇게 몰입해야 감동을 줄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