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학생, 버르장머리 없는 학생 뒤에는 폭력 학부모, 몰상식한 학부모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들의 교사 폭행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자녀의 잘못을 고쳐주려는 선생님을 찾아가 막무가내로 폭행하는가 하면, 교사 사생활을 뒷조사해서 괴롭히고 협박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학부모는 교사를 존중해주고 자녀 교육을 위해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교사들은 전한다.

◇봉변당하는 교사들

서울의 한 고교 A교사는 3학년 수업 중에 B양이 수행평가를 해오지 않아 교실 뒤에 10여분간 서 있게 했다. 다음 날 오전 학교 교무실로 B양의 아버지 C씨가 찾아왔다. C씨는 A교사에게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하자"며 밖으로 불러냈다. 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특별활동실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갑자기 문을 잠그더니 손에 들고 있던 긴 우산으로 A교사를 다짜고짜 때리기 시작했다. C씨는 A교사에게 "대학 가려면 언어·수학·외국어만 잘하면 되지, 그까짓 수행평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애를 벌주느냐"고 소리질렀다. 얻어맞던 김 교사는 소리를 지르며 벽을 손으로 쳤다. 옆방에 있는 교사들에게 'SOS'를 친 것이다. 마침 옆 교실에 있던 교사들이 벽 치는 소리를 듣고 문을 따고 들어와 C씨를 말렸다.

지난해 7월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부모(중간)가 교사(맨 오른쪽)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모습. 이 학부모는 자기 자식에게 학급 반장을 시켜주지 않았다는 것, 자식이 교내 대회에서 장려상밖에 못 탄 것, 수련회 때 휴대전화를 수거한 것 등을 따지며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폭행했다. 학부모는 교사에게 “네가 뭔데? 선생이면 선생이지 나한테까지 선생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교사는 이런 봉변을 당하고도 참았다. '엄마가 학부모에게 맞았다'는 사실을 아이가 알게 되면 충격을 받을 것 같아서였다. 김 교사는 두어달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사소한 일로 교사에게 항의하거나 교육청·청와대에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하는 일은 부지기수라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지난 3월 중순 대전 지역의 중학교 교무실에 2학년 D양의 부모와 할머니가 찾아왔다. 전날 D양이 다른 학생을 때려 생활지도부장이 경위서를 받았는데, 이를 항의하러 온 가족이 '출동'한 것이다. 이들은 교무실에서 "(우리 애가 다른 애랑) 같이 싸웠다는데 왜 우리 애한테만 경위서를 내라고 하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경위서를 쓰게 한 생활지도부장에게는 "아이들 앞에서 우리 애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교사에게 "반성문 써내라"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 지역의 중학교 E영어교사는 시험 문제를 낼 때마다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힘들다. 지난해 중간고사가 끝나고 한 학부모가 전화 와서 "우리 애 답도 맞다고 해줘야 한다"고 우겼다. 미국에서 3년간 살았다는 그 학부모는 "우리 애가 쓴 답도 미국에서는 가끔씩 쓰이는 말이다. 미국에서 살아보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채점을 하느냐"고 모욕을 줬다.

E교사는 "교육열 높은 곳일수록 고(高)학력 학부모가 많고, 일부는 자기 지식이나 지위를 내세우며 교사를 무시하거나 압박하기도 한다"며 "과거처럼 교사라고 대접받고 존경받는 것은 바라지도 않고, 최소한 인권은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최근 수업 중에 심하게 떠들고 장난치는 4학년 학생을 몇 분간 일어서 있도록 했다. 다음 날 학생 학부모는 "별것 아닌 일로 내 자식에게 횡포를 부렸다. 깡패 교사냐"고 항의하며 교사에게 "반성문을 써내라. 안 쓰면 법적 대응하겠다"고 협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