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지방재정법이 개정돼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이 의무화되면서 지자체별 주민참여예산제가 확대 운영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토록 해 지방재정 운용의 투명성,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 인기 위주 예산편성이나 방만한 예산운용을 막겠다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성공적 정착을 위해 적극 참여할 태세다.
하지만 지자체 예산편성에 주민이 참여할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지자체별로 주민들이 예산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 구축 등 사전준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예산편성과 관련, 주민이 충분한 정보를 얻느냐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해 지역이기주의를 넘어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이에 따라 올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본격 시행하는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되고 있다. 천안시는 주민참여예산제 계획안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이에 맞춰 지난 3일 천안시청에선 천안시의회 주민참여연구회와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 천안 YMCA, 천안녹색소비자연대, 미래를 여는 아이들 등 4개 시민단체가 함께 '천안주민참여예산 모의원탁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천안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가 제정된 이후 올부터 시행하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마련했다. 이날 참가자 200여명은 장시간 천안시 정책을 평가하는 토론을 벌였다. 지역이기주의를 넘어 시가 추진하는 전시성 정책 등을 지적하면서 민생과 밀접한 정책을 가리는 일종의 예행연습이었다.
하지만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기까지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주민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충분히 반영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지자체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짜려면 기획단계부터 체계적인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민참여예산제가 자칫 형식적으로 운영되면 생생내기나 지역이기주의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의 예산편성에 대한 이해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 이상희 간사는 "지자체가 다양한 행정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재정상황을 종합적으로 알지 못하고 이해가 부족하면 주민참여예산제가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시는 8월 예산편성 요구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핵심 조직인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공모와 시의회 추천 등을 통해 100명 정도 규모로 꾸릴 계획이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예산편성 요구사업 순위를 정해 통보하면, 시는 이를 부서별 검토를 거쳐 가용재원 범위 안에서 예산안을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천안시는 "6월 예산편성을 위한 설문조사를 벌인 뒤 8월 주민참여예산설명회, 9월 시민공청회를 잇따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산시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17개 읍면동에서 각각 선출된 이통장연합회장 17명, 주민자치위원장 17명, 시장추천 5명, 시의회의장 추천 5명 등 총 44명으로 구성했다. 공모 없이 시장과 시의회의장이 5명씩 10명을 추천하는 등 '자리 나눠먹기식'이면서 일반주민의 참여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이나 정확한 정보 제공 없이는 생생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의회나 단체장이 정치적 의도로 접근할 경우 본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